<앵커>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조기축소 발언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고 있습니다. 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채권시장에서 물밀 듯이 빠져나가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채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 부족으로, 거래단위가 해외시장에 비해 크다 보니 기관을 포함해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가 국내 시장 상황에서는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량기업은 둘째 치고 취약업종의 자금조달이 우려되자 금융당국도 분주해 집니다.
<인터뷰> 신제윤 금융위원장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건설, 해운, 조선 등 경기순응 업종의 회사채 상환능력 위축되고 있다.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
당장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만기도래 회사채만 19조8천억원에 달하고 부실우려가 있는 'BBB' 이하 등급 물량만 3조원에 육박하는 등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채권안정펀드 만기연장, 적격기관투자가 제도 개선, 하이일드 펀드 활성화 등 과거에 이미 나왔던 방안들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안이 포함될 수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모든 수단을 검토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적격기관투자자 제도는 근본적인 한계점, 유동성을 직접 투하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시장의 방향성과 다르게 정책이 결정될 수 있고 신용보강에 따른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인터뷰> 회사채 시장 관계자
“어떻게 보면 기업 내용으로 봐서는 한계기업이어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더 시장효율성에 의해서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신속인수제가 도입되면 정책실패. 정부실패 발생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12% 이상에 달하는 고금리에라도 회사채가 발행이 되면, 즉 시장기능이 작동하기만 한다면 성급히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최악은 아니라는 판단인 셈입니다.
금융당국이 “안정화대책을 준비하고 시기를 고민하라”는 금융수장 등의 언급을 통해 시장의 공포감 차단에 나서고는 있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볼 때 코멘트 만의 효과는 미미한 수준.
일각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이 시행되면 STX사태 등 각종 악재로 위축된 BBB 이하 등급의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분명해 집니다.
때문에 단기효과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면 중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중장기적으로 회사채시장 살릴 수 있는 여건 마련하는 것인데 일시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면 일시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시장을 튼실하게 만드는 그렇게 기여할 것 같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최악을 대비한 카드를 남겨두는 모양새지만 늘상 외부요인에 휘둘리는 회사채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따른 연쇄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