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도 부모와 닮는다? 유전보다 생활습관 비슷한 탓

입력 2013-06-19 10:00


윤서진(가명 36)씨는 최근 열한 살 초등학생인 딸이 초경을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지금 아이의 키는 평균보다 큰 편이지만 초경을 시작하면 더 이상 크지 않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윤 씨의 경우도 어린 시절 비슷한 기억이 있었다. 동네에서 가장 키가 큰 아이였던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초경을 시작했고 중학교 언니들과 비슷한 덩치인데다 정신적으로도 조숙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기만 했다. 특히 일찌감치 여성 위생용품이나, 여성용 속옷 등을 사용하는 윤 씨는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로 키가 크지 않았다.

위의 같은 사례에 대해 성조숙증을 진료하는 서정한의원 성장클리닉 박기원 원장은 “유전이란 대물림 되면서 진화되는 발전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키가 유전 때문이라고 못 박아 버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라고 밝혔다.

흔히 키가 작다거나 머리가 좋지 않을 때 부모들이 서로 ‘당신 닮아서’라며 유전 때문이라 핑계를 댄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유전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더 좋은 쪽으로 발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린이 높은 나무의 풀을 뜯어먹기 위해 목이 길어졌다거나 인간이 진화함에 따라 뇌 무게가 점차 증가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성조숙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키가 전적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면 남북간의 평균키는 엇비슷해야 하지만 분단 이후 현재 남북간의 평균 키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성조숙증 여부와 키는 유전적인 요인보다 후천적인 요인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물론 부모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은 아이가 자라나며 무의식 중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실제 성조숙증 유전인자를 지니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며 “하지만 부모의 잘못된 식습관, 무신경하게 성조숙증 유발 물질들로 가득 찬 환경 등으로 인해 성조숙증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