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정거래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공정거래법 핵심사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법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보니 같은 사안을 놓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 가장 민감한 사항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들 사안에 대한 분석과 의견을 쏟아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두 기관의 해석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먼저 공정위측은 정상적인 거래관계까지 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지원, 사업기회 유용 등 특혜성 거래 세 가지만 금지하는 것이러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6월12일 밀레니엄포럼)
“수직계열화나 효율성을 위한 투자 등 지금까지 해오던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이를 막을 이유도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기득권을 활용한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 사업기회 유용 등 대표적인 특혜성 거래 세 가지는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에대해 전경련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핵심은 계열사간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는 데 있는 것인데, 공정위가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공정거래법) 3장으로 이 내용이 가면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 부담이 하나도 없어지고 경제력이 집중됐느냐만 쳐다보기 때문에 공정위가 입증책임과 관련해 지는 실질적인 부담은 하나도 없게 되는 거죠."
신규 순환출자의 경우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만큼 대형 M&A 시도시 자기자본으로 추진할 수 있고, 증자나 차입 등의 방법으로도 M&A를 할 수 있는 만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현재 우리 기업들은 M&A에 필요한 자금을 자기자본, 증자, LBO, 차입 등의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과거 대형 M&A를 보더라도 기업 인수 시점에 순환출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없습니다. 대기업들의 평균 내부 지분율은 55%로 매우 높기 때문에 적대적 M&A에 노출될 위험이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경련은 현금성 자산의 대부분이 곳간에 쌓여있는 돈이 아니라 기업경영에 필요한 운영자금인 만큼, 이 돈을 모두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또 증자나 차입의 경우 M&A 이후 경영권 방어나 부채비율 관리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차입금으로 했을 때 부채비율에 대한 부담감, 증자로 했을 때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방어에 대한 부담감. 이런 거 때문에 일단은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난 이후에 다가올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 거죠.”
경제민주화 핵심 쟁점인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제 국회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