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들, 사고비용 개인에?부담감 커

입력 2013-06-13 11:28
수정 2013-06-13 15:36
얼마 전 운전 중 옆차와 경미한 접촉 사고를 낸 A택시회사 기사 김모(50) 씨. 상대방 차량 수리 비용을 처리할 생각에 골치가 아프다. 사고 당일 김 씨는 택시회사 측에 보험처리를 해달라며 요청했지만 회사측에서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택시회사 측에서는 100만원 이하의 경미한 사고는 기사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퇴사하라는 식으로 김 씨에게 통보했다. 김 씨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사고비를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택시회사들이 100만원 이하의 경미한 사고 비용을 택시 기사가 직접 처리하도록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회사들의 보험료 인상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택시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하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확인됐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택시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택시회사는 전국 1200여개 회사 중 5~6%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전액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보험료를 개인이 지불해야하는 김 씨와 같은 피해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택시회사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큰 이유는 매출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택시회사 관계자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전체 250여개 회사 중 6~7개 밖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만 법을 안 지키는 게 아닌데 뭐가 큰 문제가 되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사고비 부담 전가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무사고 경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기사의 경우에는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게 한다"고 해명했다.

대부분 택시 회사들은 사납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 10만원 정도씩 의무적으로 납입하고 나머지 수익을 개인이 가져가게 돼 있다. 택시 기사들이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하고 기본급을 따로 받는다 해도 별도로 가져가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사고 부담을 지는 것은 큰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또 개인 택시기사가 되려면 무사고 경력이 3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사고가 나도 이를 보험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택시 회사가 악용하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는 이 같은 피해를 엄격히 단속하기 위해 지난해 ‘통합형디지털운행기록기’를 도입했다. 통합형디지털운행기록기는 개별 택시의 당일 수입을 바로 정산해 파악할 수 있는 통합형기록계다. 택시회사의 매출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큰 변화를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민수홍 서울시 택시물류과 정책팀장은 “통합형디지털운행기록기 도입으로 택시회사가 개인기사에게 유류비와 사고비 전가하는 문제를 비롯해 전액관리제 위반도 확실하게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택시회사의 탈세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택시 기사들에 대한 처우와 서비스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