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유병철 기자] 반전매력이란 이런 것일까. 인형 같은 얼굴에 뽀얀 피부. 배우 유호린은 누가 봐도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다. 하지만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털털했고 싱긋하고 웃는 모습이나 쫑긋한 눈빛, 부드러운 음색은 영롱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지난 5월 17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시청률 상승에 한몫을 한 배우 유호린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그가 연기한 김마리에 대해 들어 봤다.
당찬 연기와 입체감 있는 악녀 연기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유호린은 ‘오자룡이 간다’에서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미혼모 김마리 역을 맡아 악녀의 냄새가 솔솔 풍기는 팜므파탈의 모습을 선보여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마리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나 밖에 없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낳아서 혼자 기르지만 시댁에서도 인정 못 받고 악녀로 비춰질 수 있지만 마리 입장에서는 타당한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못되고 악한 캐릭터가 아니라 불쌍한 캐릭터죠.”
김마리는 성공을 위해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여자를 버리고 떠난 진용석(진태현)을 되찾기 위해 여러 계획을 꾸미면서도 아이 아빠를 위해 무슨 일이든 발 벗고 나서 도와준다. 시청자들은 “떠난 남자를 저렇게까지 해서 찾아와야 하냐”며 “저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고 말한다.
“나를 떠났다는 배신감 보다 여전히 사랑하는 감정이 더 큰 거겠죠. 집착도 사랑의 감정 아닐까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집착하는 스타일이고 남자도 저한테 집착해주는 스타일이 좋아요. 밥은 먹었는지, 뭐하고 있는지 하루에 몇 번씩 물어보고 챙겨줬으면 해요.”(웃음)
유호린이 연기한 김마리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진용석의 어머니 이기자(이휘향)에게는 갖은 욕설을 듣고 때론 기 싸움을 벌였고 진용석의 내연녀가 김마리라는 사실을 안 나진주(서현진)에게는 따귀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육체적인 것보다 힘든 것은 감정 조절이었다.
“어떤 신에서는 화도 냈다가 울었다가 감정이 왔다 갔다 했죠. 그래서 심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어요. 매 회 우는 장면만 나올 때는 저 역시 극도로 슬프고 침체된 상태였어요. 그리고 진주가 마음을 열고 다가왔지만 속으로는 항상 질투심도 깔려 있고 복잡한 심정을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특히 (서)현진이와는 나이도 같고 해서 금방 친해져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김마리는 아들 솔이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아빠 진용석에서 솔이를 보낸 후 매일매일 솔이를 그리워하며 지내다 결국 솔이를 찾아 진주의 집에 들어가 아이를 앉고 나온다. 유호린은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모성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사실 결혼을 해서 아기가 있는 게 아니니까 와 닿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조카를 생각해 봤죠. ‘조카인데도 사랑스러운데 내 아이라면 얼마나 더 사랑스러울까’ 하고요. 실제 마리와 같은 운명에 처한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아이 아빠를 도와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어떤 결말을 원했을까. 경찰에 쫓기던 김마리는 진용석에게 자수를 설득하지만 진용석은 그냥 돌아선다. 이때 진용석에게 돌진하는 차를 보자 진용석을 밀치고 대신 차에 치어 사망한다.
“마지막 장면이 임팩트가 강해 맘에 들어요. 진용석이 죄를 짓고 변할 수 있는 방법이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내려놓는 것이요.”
(장소 = 소공동 롯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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