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김수현 한지혜 정용화...이들의 화환, 다른 점은?

입력 2013-05-30 13:12
수정 2013-05-30 13:13
[한국경제TV 양소영 인턴기자] 연탄 화환, 우물 화환, 라면 화환, 분유 화환...심지어 기저귀 화환까지. '화환'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화환이다.



스타와 팬들의 기부 문화 중 하나인 쌀 화환이 진화하면서 라면, 우물, 연탄, 기저귀, 분유 화환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보내는 쌀 화환 기부 문화는 2009년부터 시작됐으며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먹을 건 필수, 쌀과 라면

쌀 화환 업체 중 한 곳인 나눔스토어의 박 건 과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쌀 화환을 보내는 건전하고 성숙한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쌀 화환 기부도 늘어나는 추세며 기부 품목도 시간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은 역시 쌀 화환이다. 쌀 화환은 보통 양도 많고 쓰일 곳도 많아, 인기 스타인 경우에는 톤(ton)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톱스타 현빈이 2012년 12월 전역했을 때 현빈의 국내외 팬들은 무려 4.35톤의 쌀 화환을 보내 시선을 모았다. 이 쌀 화환 4.35톤은 사랑의 열매에 기부됐다.



쌀 화환이 다소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팬들은 쌀 대신 라면을 택하기도 한다. 지난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쇼케이스 현장에는 배우 김수현 팬카페 ‘김수현닷컴’ 회원들이 쌀 화환 대신 라면 화환 1200개를 보내 김수현을 응원했다.

▲우물도 파고 연탄도 땐다

먹을 것만 꼭 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화환을 통해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 줄 수도 있다.

배우 한지혜의 팬들은 3월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제작발표회 현장에 희망우물 화환을 보내 화제가 됐다. 한지혜의 팬클럽 ‘미소천사 지혜나라’ 회원들의 후원으로 제작된 희망우물 화환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우물개발 사업에 쓰인다.



우물보다 좀 더 손에 잡히는 기부 물품으로는 연료인 연탄을 들 수 있다. 연탄은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 꼭 필요한 물품이다. 가수 박완규의 팬클럽 ‘박완규DC갤러리’에서는 지난해 12월 열린 박완규 콘서트 ‘리와인드(ReWIND)’에 쌀 화환과 더불어 연탄 화환 1000장을 보내 응원을 대신했다. 팬들이 보낸 쌀 화환과 연탄 화환은 박완규의 이름으로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밥상공동체 복지재단에 전량 전달돼 취약계층, 노숙인을 위해 사용됐다.

▲분유-기저귀 화환..."만난 건 기저귀야"

최근에는 어린 아기들을 위한 기부 또한 성행하고 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분유와 기저귀 등이다. 팬들과 화환 업체들도 이 점에 착안했다.



그룹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의 팬 ‘DC정용화갤러리’ 회원들은 5월 개최된 씨엔블루 콘서트 ‘블루 문 월드 투어 라이브 인 서울(Blue Moon World Tour Live In Seoul)’를 축하하기 위해 콘서트에 분유 화환 300캔을 보내 화제가 됐다. 이 분유들은 정용화의 이름으로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 전달돼 영아들을 위해 사용된다. 그룹 틴탑의 팬들은 5월 틴탑의 첫 단독 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기저귀 화환 450개를 보내와 응원을 대신했다. 기저귀 화환 450개는 은평구에 있는 선덕원에 기부돼 아기들을 위해 사용됐다. 화환에는 "틴탑, 너희를 만난 건 기저귀야"라는 센스 만점의 문구가 쓰여 웃음을 자아냈다.

▲"쌀 화환만 받아요" 기부하는 결혼식

화환이 가장 많이 쓰이는 행사인 결혼식에서도 쌀 화환을 받는다고 명시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쌀 화환 문화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앞장서는 분위기다.

3월 결혼한 개그맨 커플 윤형빈 정경미는 청첩장에 쌀 화환으로 결혼을 축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결혼식이 끝난 후 나눔 쌀 화환 370kg 중 170kg은 경상북도에 위치한 중증장애인요양시설 경북행복재활원에, 200kg는 경기도 광주나눔의 집으로 기부했다.

그러나 쌀 화환을 받는 결혼식은 아직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쌀 화환 업체의 한 관계자는 "꽃으로 된 화환을 보내는 전통적인 문화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색 화환...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색 화환 아이디어는 이 밖에도 끝이 없다. 밴드 넬(NELL)의 지난해 9월 콘서트에는 소주 화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은 넬의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DC넬 갤러리'에서 소주 화환 120병, 같은 소속사 그룹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의 팬페이지 'K드라이브'에서 독도 쌀 화환 20kg를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넬 갤러리의 한 팬은 소주 화환을 보낸 이유에 대해 "넬 멤버 모두가 술을 좋아한다. 지난 2007년 록페스티벌에서의 취중 공연이 다시 한 번 이번 콘서트를 통해 재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화환으로 만들 수 있는 품목에는 제한이 없는 것일까. 나눔스토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들이 화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부 품목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소주와 같은 주류도 소주 화환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실제 NGO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기관이기 때문에 쌀보다는 분유가 필요하며, 서울 SOS어린이마을은 고아들을 돌보는 만큼 쌀이나 학용품이 유용하게 쓰인다.

나눔스토어 측은 "물론 대부분의 NGO는 쌀이 필수 품목이라 쌀을 선호하는 기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독창성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기부가 광범위하게 가능한 품목을 택하는 것이 팬들의 기부 문화로서도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사진=나눔스토어)

sy78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