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글로벌 증시 최대 변수…갈수록 거세질 '출구전략' 논의

입력 2013-05-27 07:35
수정 2013-05-27 07:36
최근 들어 글로벌 재테크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이 언제 추진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도입된 비전통적 금융지원방식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2015년 이후까지 넘어갈 것으로 봤던 금융위기가 이제는 양적완화(QE) 조기 종료 필요성이 거론될 만큼 빨리 가닥이 잡히는 데에는 ‘브라운식 모델’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브라운식 모델이란 금융위기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고든 브라운의 이름을 따 붙여진 용어로, 국가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해 모든 정책은 적기에 결정하고 국민들이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대규모로 신속하게 추진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모델의 핵심 정책인 뉴딜식 재정정책과 빅 스텝 금리인하 정책, 양적완화정책 등은 인플레 등의 부작용은 나중에 생각하고 위기 극복의 가닥을 잡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위기 극복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히면 위기 이후의 상황을 감안한 출구전략이 논의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초기 위기극복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해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어렵게 ‘돋은 싹(green shoots)’을 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다. 특히 실물과 금융변수 간의 괴리가 심해짐에 따라 마치 경기가 회복한 것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금용변수만 놓고 정책기조를 변경할 경우 실물경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1980년대 초반의 미국의 스테그플레이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데에는 불안요인이 해소되거나,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국면에 진입한 후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기다.

경제주체들이 위기를 당할 때에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경로다. 위기 초기에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를 겪다가, 이 단계를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 위기(system crisis)로 악화된다. 이 단계에 진입해 실물경제에 돈을 제때 공급해 주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real sector crisis)로 이어진다.

모든 위기는 이같은 위기 극복 3단계 순으로 극복해야 한다. 브라운식 위기 처방으로 지난 6년 동안 기간별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위기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등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 조지 소로스, 로버트 실러, 조셉 스티글리츠, 마크 파버 등 비관론자들의 시각이 최근 들어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금융위기 극복 3단계설로 볼 때 이제는 ‘8부 능선’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 극복 과제는 각국의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국가별로 편차는 있으나 절대 규모로는 마무리된 상태다.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금융시스템 복원 과제는 최소한 미국의 경우 금융사들의 수익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정도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에서 부실자산 처리를 통해 금융 중개기능을 복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기부양책을 병행해 나감에 따라 미국 경기도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금융위기 극복이 8부 능선에 도달했다면 비상대책에 따른 후유증이 의외로 클 수 있고 통화정책은 선제성이 중요한 점을 감안하면 출구전략 중 소극적 의미의 QE 조기 종료는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는 단계다.

이 때문에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QE 조기 종료 논쟁은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계속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버냉키 후임으로 어떤 인물이 Fed 의장으로 거론되느냐에 따라 이 논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 1세기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그 대상이 되는 수단으로는 ①초저금리 ②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 ③신용시장 지원 ④국채 직매입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앞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실행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적으로는 집권 2기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해서 부양정책을 추진할 오바마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버냉키 의장으로서 금융위기 직후 유지해왔던 공격적인 부양기조를 철회하고 긴축기조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Fed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인해 ‘더블 딥’이 초래될 경우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되는 부담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Fed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경기상황을 크게 악화시켰음을 잘 알고 있는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정책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QE 조기 종료 논쟁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는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종료설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가격에 낀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출구전략은 추진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시중 유동성이 흡수돼 주가는 하락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설의 가시화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출구전략에 대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구전략은 경기나 자산시장의 회복정도를 감안해 정책수단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비상대책은 그 자체로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의 본래 목적도 경기나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있다.

둘째, 유동성 장세라 하면 증시가용자금 차원의 개념이다. 증시가용자금은 정책요인과 시장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최근처럼 경기가 회복될 경우 정책적으로 유동성이 흡수된다 하더라도 퇴장되거나 단기 부동화됐던 자금들의 기회비용이 늘어 시중에 방출하게 되면 증시가용자금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셋째, 경제와 증시활력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활력지표로 꼽는 통화유통속도와 레버리지 비율은 각각 돈이 특정기간내 얼마나 잘 도느냐와 증거금대비 총투자 가능금액의 비율로 높을수록 경제와 증시가 활력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통화승수 등 경제활력지표들이 좋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지탱해온 점을 감안하면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출구전략이 언제 추진되느냐는 관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추진된다고 해서 곧바로 유동성 장세가 종료되고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을 추진할 만큼 경기가 회복된다면 QE 종료에 따라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어도 주가 상승에는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