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19편. 다양한 문화 그리고 글쓰기
언어 기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눕니다.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이중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무엇일까요? 대개의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언어 기술은 바로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쓰기는 언어 기술 중 가장 나중에 습득하는 것으로, 나머지 세 가지 기술에 비해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의 글쓰기는 어떨까요? 한국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몇몇 원어민 영어 강사들로부터 한국 학생들 중 영어로 말을 잘 하지만, 글쓰기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뒤떨어진 경우가 자주 있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그렇다면 글쓰기와 언어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각 문화마다 다르듯이, 글을 쓰는 것도 문화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 rhetoric인데요. 다시 말하자면, 각 문화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선 영어권 국가들을 살펴볼까요? 미국식 rhetoric은 단도직입적으로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편입니다.
즉, 글의 구성을 살펴보면, 주제 문장으로 시작하여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식이기 때문에 글쓴이의 의도를 비교적 파악하기 쉬운 편이지요. 반면, 또 다른 영어권 국가인 영국의 rhetoric은 상대적으로hedging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리의 경우 한 가지 주제로 시작하여, 이런 저런 주제도 다루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지그재그 같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식 글쓰기는 어떻습니까? 한국식은 주제의 주변을 맴돌다가 마지막에 결론을 내는 방식. 이러한 한국식 rhetoric을 잘 나타내는 속담으로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배우는 우리는 어떠한 방식의 rhetoric을 따르는 것일 바람직할까요? 영어권 국가 것을 따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한국식을 고수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마 영어를 배우는 목적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해외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그 나라의 문화에 맞는 rhetoric을 익히는 것이 좋은 성적을 받기에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 유학생이 많은 요즘, 유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rhetoric이 고민거리가 되기도 하는데요. 최근 학계에서도 해당 국가의 문화 rhetoric을 유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유학생들의 문화의 rhetoric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응용 언어학자 Cook (2001)에 따르면 2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며, 때문에 1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비해 유연한 사고로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이, 여러 언어를 습득하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되니 그만큼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와 문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방식과 다른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글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도 언어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Cook, V. J. (2001). Requirements for a multilingual model of language production. Retrieved from homepage.ntlworld.com/vivian.c/Writings/Papers/RequirementsForMultilingualModel.htm
<이선하 ELF 강사. http://blog.naver.com/goseonh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