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상장 '꼼수'가 '화' 불렀다

입력 2013-05-15 16:38
<앵커>

국내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이 잇따라 자진 상장폐지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무책임한 기업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지만, 적합한 검증없이 기업을 끌어모아 상장시킨 주관사 탓도 커보입니다.

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상장폐지된 종목을 포함해 지금까지 국내 상장됐던 해외기업은 총 21개.

이가운데 지난 2011년과 2012년 사이 4곳이 상장폐지됐습니다.

일본기업 네프로아이티는 자본잠식과 횡령으로, 중국기업인 연합과기와 성융광전투자는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됐고, 코웰이홀딩스는 자진 상장폐지했습니다.

상장사로서의 자질 부족과 기업 연속성에 대한 불투명함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지난 8일, 국내 첫 해외 기업 상장사인 3노드디지탈이 자진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일주일 뒤인 오늘(15일), 중국식품포장도 자진상장폐지를 선언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 기업이 상장할 경우 심사 기준은 국내 기업과 동일시 하되 회계기준이나 회계담당법인의 수준에 대한 추가적 조사를 실시합니다.

하지만 분식회계나, 감사의견 '거절' 등의 문제로 퇴출되는 기업이 늘자 거래소의 검증 절차에 대한 의심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검증하는 곳 보다 더 문제가 있는 곳은 상장을 유치하는 주관사입니다.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해외기업의 상장을 주관할 경우, 국내 기업보다 최소 2배에서 20배까지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례로 최근 상장한 국내 A기업의 주관사 수수료가 3억원인데 비해 상장폐지를 선언한 중국식품포장의 주관사 수수료는 16억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장 두 달만에 분식회계로 매매정지된 중국고섬의 상장을 주관한 4개의 증권사는 총 96억7천14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받아갔습니다.

결국 기업에 대한 명확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실적과 수익을 위한 무분별한 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상장폐지 같은 '참사'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녹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국내 주관사들이 국내 기업을 상장 유치·주관하는 것에 비해, 해외기업을 주관할 때는 보통 2-3배정도 수수료를 많이 취득하거든요.

해외기업에 대한 영업을 열심히 하는 측면도 있고, 해외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쁘게 볼 수 없는데..검증이 안된 기업들이 나와서 사고를 치니까 문제가 되죠."

국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해외 상장기업 유치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에 앞서 명확한 검증과 엄격한 선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보입니다.

한국경제TV 어예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