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컴퍼니 대한민국] "거래소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3-05-14 18:48
<앵커>

상장 인가와 퇴출 권한을 가진 한국거래소는 수년 전만 해도 상장기업들에게 슈퍼 갑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요즘 상장기업에게 거래소는 더 이상 슈퍼 갑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한국거래소의 변신을 김택균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공시업무 부서입니다.

상장기업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다보니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진원지로 불려왔습니다.

일례로 상장사가 공시를 내기 위해선 거래소 담당자를 수차례 찾아가 통사정 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전화인터뷰> A 상장사 공시담당자

"강압적이거나 갑같은 관계, 그런 언행이 거의 없어요. 그게 사실이예요. 과거와 같은 그런건 없어졌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전화인터뷰> B 상장사 공시담당자

"예전 2008년~2009년 당시에는 본인들이 우리 위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전화했는데 요즘 전화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해요."

한국거래소가 이처럼 달라진 건 상장기업을 감시하고 군림해야 할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제향 한국거래소 공시3팀장

"평소 상장기업들이 우리 회사의 고객이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얼마나 친절히 응대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연말 인사 고과에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초 공공기관에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에겐 그야말로 절대갑이었습니다.

신규 상장과 상장 폐지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권위 의식만 강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에 지정되면서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민간 출신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변혁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김 이사장이 취임과 함께 주문한 건 고객을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의 변신이었습니다.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재작년 분쟁조정팀과 상장지원팀을 거래소 1층 로비로 이전한 게 대표적입니다.

신규상장 과정에서 기업이 느꼈던 거래소의 권위적인 모습도 눈에 띠게 줄었습니다.

거래소는 최근 우수기술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특례상장 규정을 바꿀 만큼 고객 눈높이를 맞추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김용주 대표 레고캠바이오 대표이사

"저희가 첫 번째도 아니고 두번 정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거래소측에서 특례 상장제도에 대해 취지를 잘 이해하고 상당히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준 만큼 앞으로 특례상장이 더욱 활성화될 걸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체거래시스템 설립을 허용한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거래소는 이제 공공기관에 지정된지 4년만에 다시 민영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제 기득권을 마구 휘두르던 절대갑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시장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택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