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의 '우문현답'을 묻다

입력 2013-05-09 10:35
지난 4월말 한국경제TV가 금융감독원에 은행들의 환전수수료 꼼수에 대해 제보한 바 있다. 기준환율 공시 의무를 위반한 채 환전수수료를 속여파는 관행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수수료 TF에서 환전과 관련한 사항을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열흘이 지난 지금, 금감원에 관련사항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히 TF에서 논의하겠다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현장 실태조사 조차 나가지 않았다. 개별 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기보다는 수수료 TF에서 한 데 모아 논의하는 게 더 낫다는 이유였다. 이 관계자는 수첩 한켠에 잘 메모해 두었다며, 수수료 테스크포스에서 은행 실무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묻고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요즘 웬만한 은행 영업점에 가면 환전서비스 이용하는 건 일도 아니다. 금융을 감독하는 기관이 은행 한번 방문해 볼 여력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은행 실무자들에게 이유를 묻는다니… 그들로부터 어떤 나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금감원으로부터 분리해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 취지다. 이같은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금감원이 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명목으로 금융소비자 권익 침해와 같은 은행들의 잘못된 영업행위에 대해 규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자체적으로 강화하고 별도로 분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테스크포스(TF)에서 과연 누가 금융소비자를 대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 나가기를 꺼려하는 당국의 실무자? 아니면, 어떻게든 이익을 지켜내야 하는 은행 실무자들?

금융권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자주쓰는 용어가 있다. 바로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해석이 달려있다.

지난 7일 2013년 금융감독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강조했던 "금융소비자보호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당국의 외침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기필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사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현장부터 찾아라.

금융소비자보호는 건전성 문제와 달리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하는 진정성있는 노력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근형 기자, 정치경제팀 (lgh04@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