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배우 최강희. 브라운관과 스크린 양쪽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가진 몇 안 되는 여배우.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여전한 귀여움과, 통통 튀는 연기력을 겸비하고 있다.
새 영화 ‘미나문방구’의 16일 개봉을 앞두고 최강희를 만나기 위해 5월의 거리를 걸어가며, 그에 대한 ‘정보’를 되짚어봤다. 생각해 보면 최강희에 대해 인터뷰에서 언급한 다른 배우들이 꽤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절친’인 류현경은 물론, 이선균, 오정세, 최다니엘 등이다. 그들은 모두 최강희를 '참 편안하고 좋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최근에는 KBS2 ‘1박2일’ 출연으로 화제가 되면서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상대역이었던 주원과의 친분도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최강희와의 대화는 그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최강희는 나지막하고 솔직하게 베테랑다운 ‘인터뷰 실력’을 뽐냈다.
▶낯가림의 진수, 봉태규의 맥주가 줄지 않은 사연은?
‘인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최강희는 대번에 “인맥이 아주 좁다”고 대답했다. “사실 작품을 할 때 동료들과는 아주 친밀하게 지내죠.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가 끝나고 나면 마치 학교 졸업하고 거리감이 생기는 것처럼 멀어져요. 물론 두터운 관계인 몇 명이 있긴 해요.”
그 ‘몇 명’이란 익히 알려져 있듯이 류현경, 오정세 등이다. “현경이와는 정말 두터운 관계죠. 그리고 오정세씨는 아주 불같이 친해진 사이예요. 이선균씨와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오히려 말도 못 트고 편치 않은 사이였어요. 그게 오히려 역할에 도움도 됐었죠. 그런데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선 스킨십도 많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훨씬 더 친해졌어요.”
인맥 얘기를 하던 최강희는 이번 ‘미나문방구’에서 함께 출연하는 봉태규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봉태규는 사실 7~8년 전 최강희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었다고. “7년 전인지 8년 전인지, 쇼핑몰 일을 도울 때였어요. 그 때는 제가 휴대폰도 없고 삐삐만 쓸 때였거든요. 그래서 직접 연락이 힘들었는지, 그 쇼핑몰의 CS팀을 통해서 전화 연락이 왔어요. 봉태규씨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신 거죠.”
일면식도 없는 여배우에게 캐스팅 제안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적극성이다. 하지만 그 작품을 결국 함께 하지는 못했다고. “그건 태규씨 혼자만의 생각이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성사가 되진 않았지만, 그 다음부터 태규씨가 나오면 굉장히 유심히 살펴보게 되더군요. 이번 영화도 사실 남자 배우가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작품은 아닌데도 태규씨가 아주 흔쾌히 허락해 줬다고 해요. 그래서 참 기뻤어요.”
최강희는 그런 사연이 있던 봉태규와 ‘미나문방구’를 함께 하게 된 것이 기뻐서 ‘인생 최대의 적극성을 띠고’ 봉태규와 술자리를 만든 이야기도 들려줬다.
“‘미나문방구’ 정익환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나서 태규씨에게 ‘끝나고 따로 얘기를 더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태규씨가 그렇게 낯을 가리는 줄은 몰랐어요. ‘화사한 잇몸’에(웃음) 정말 안 그럴 것 같잖아요. 저도 낯가림이 심한데...그래서 오정세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남자가 한 명 더 끼면 그래도 술자리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요. 아니, 그런데 오정세도 그렇게 낯을 가리는 줄은 또 몰랐던 거죠.”
결국 그날 봉태규의 맥주잔 속 맥주가 처음 나온 상태에서 1cm도 줄어들지 않은 채로 자리를 마쳐야 했다. 최강희에 따르면 봉태규는 나중에 그 자리에 대해 ‘나는 이중고였다’고 고백했다. “하나도 힘든데,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둘이나 상대해야 하니...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조인성보다 못생겨서 미안"...난감한(?) 주원의 사과
‘낯가림의 끝’을 보여준 봉태규와는 이런 과정 끝에 더 많이 친해질 기회를 갖지는 못해 아쉽다고. 하지만 드라마 ‘7급 공무원’ 속 주원은 최강희에게 이제 ‘작품 끝났다고 멀어지는’ 관계 이상이다.
“주원은 정말 귀엽고, 애교도 많아요. 아직 연예인 같은 느낌도 덜하고요. 대학 생활에서 귀여운 남자 후배가 있다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요?”
최강희와 주원은 3월 종영한 MBC ‘7급 공무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폭소를 자아내는 것은 두 사람의 경쟁작이었던 송혜교-조인성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시청담.
“누가 ‘그 겨울’을 틀어 놓으면 당연히 저는 우리 드라마로 채널을 바꾸죠. 하하. 하지만 그러기 전에 가끔씩 좀 봤어요. 조인성씨랑 송혜교씨 둘 다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어느 날은 조인성씨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주원이 갑자기 ‘누나, 미안해. 내가 너무 못생겼지?’라고 사과를 하기에 할 말을 잊은 적이 있어요. 괜히 저도 마구 미안해지는데(웃음)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참.”
최강희는 주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지금 한국에 있는 젊은 남자 배우들 중 가장 핫하고 멋진 배우 중 하나라는 걸 누구나 인정할 거예요. 그런데도 위에 말했듯이 정말 겸손하고 연예인같지 않은 소탈함이 있답니다. 정말 괜찮은 배우예요.”
말을 예쁘게 해야 사람도 예뻐 보인다는데, 틀에 박힌 칭찬이 아닌 조근조근한 수다로 동료를 추어올려 주는 최강희의 얼굴이 한층 더 예뻐 보였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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