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19, 연세대)가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국제체조연맹(FIG)이 주관하는 월드컵 대회 종목별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연재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2013 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종목별 결선 리본과 곤봉에 출전했다. 전날 열린 개인종합에서 손연재는 두 종목에서 모두 5위에 올라 8위까지 주어지는 종목별 결선 출전권을 따냈다.
리본 결선 진출자 중 손연재는 8번 째로 매트에 등장했다. 올 시즌 자신의 리본 프로그램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블랙스완'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의상을 선택했다. 영화 '블랙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그랬던 것처럼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발로 리본을 공중으로 던져 잡아내면서 연기를 시작한 손연재는 자신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손연재가 시도한 '9회전 포에테 피봇'은 심사위원과 관객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전체적으로 큰 실수도 없었다.
손연재는 결국 17.483점을 얻었다. 개인종합에서 받은 17.233점보다 높은 점수다. 리본 우승을 차지한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17.850)에 이어 전광판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역사상 첫 리듬체조 월드컵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손연재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9회전 포에테 피봇'이다.
한 쪽 다리를 들고 재빠른 동작으로 턴을 하는 이 동작은 많은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9회전이나 하게 되면 난이도가 급상승해 완벽하게 소화하는 선수가 드물다. 이번 결선에서 손연재는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9회전을 마무리했다. 정교한 기술 구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자신만의 기술이 없었던 손연재에게 날개가 달린 셈이다.
한편, 전날 막을 내린 이번 대회 개인종합에서 손연재는 최종합계 67.700점으로 9위를 달성했다. 이달 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9위에 오른 것과 동일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