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중수 웃었다

입력 2013-04-25 11:25
수정 2013-04-26 09:16
1분기 경제성적표가 공개됐다.

전기대비 0.9% '깜짝 성장'이였다.

민간 소비가 위축됐지만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고 정부 지출 효과로 건설과 설비투자가 늘었다.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로 코너에 몰렸던 김중수 총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머쓱해졌다.

▶ 1분기 GDP 0.9% 성장.. '재주는 정부가, 생색은 한은이'

1분기 GDP 속보치는 전기대비 0.9% 성장하면서 당초 한은의 전망치 0.8% 성장을 웃도는 양호한 수치다.

참고)) 2011. 1분기 (1.3) 2분기 (0.8) 3분기(0.4) 2012. 1분기(0.8%) 2분기 (0.3) 3분기 (0.0) 4분기 (0.3) 2013.1분기 (0.9..*속보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4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주초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0.8% 라고 일관되게 얘기했다.

하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 기여도를 보면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컸다.

한국은행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민간 소비가 0.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집행률을 28%로 높여 성장률 0.2%p 끌어올렸다.

정부는 올해 19조원의 건설 계획을 세워놓고 발전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앞으로 위례신도시 분양 예정임을 감안하면 건설투자도 현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창조경제가 화두인 지금 반도체, 디스플레이, 항공기 도입 등 ICT부문 투자도 조금 늘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 앞당겨 소비지출을 늘렸기 때문에 1분기 소비가 부진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도 향후 불확실한 경기 전망을 이유로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 GDP 발표되던 날…현오석 "경제 성장 엔진 멈출수도"

예상외로 양호한 1분기 경제성적표는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17조3천억원의 추경까지 불사하겠다는 현오석 부총리를 압박할 수 밖에 없다.

현 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올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3%로 대폭 낮추면서 현재 경제 상황이 녹녹치 않다고 주장했다.

1분기 GDP 속보치가 발표되던 그 순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여의도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현 부총리는 이자리에서도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추경과 부동산 대책과 같은 경기 활성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이 지금 추경 편성할 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한 게 맞는냐,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하향조정한게 아니냐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 김중수 '역전승' .. '연내 금리인하 없다'



정부와 엇박자로 실기론에 시달렸던 김중수 총재는 한숨 돌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1분기 깜짝 성장을 이유로 연내 금리인하는 물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재정지출을 앞당겨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은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한은도 정부다'는 유명한 김 총재의 어록은 MB 정부에서만 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MB 정부때 잘 참석하던 청와대 서별관회의도 불참하고 정부가 부처간 협업을 강조할 때 한은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분기 경제전망을 잘했다고 다 끝난게 아니다.

과거 2년동안 1분기 성적표는 좋았다. 2분기부터 급격히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김 총재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선제적인 통화정책으로 정부와 협조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 현오석 '완패' ..'급하게 먹다 체했다'

현오석 부총리 3월 22일 취임이후 한달 남짓 흘렀다.

부동산대책, 추경, G20 국제회의.

주말에는 시장, 미분양 모델하우스 방문까지 현장을 돌며 한 달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리더쉽 논란에도 불구하고 취임후 굵직굵직한 사안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오석 부총리도 한 박자 쉴 필요가 있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G20회의에서 조짐이 보였다.

주요20개국이 사실상 엔저를 용인하면서 현 부총리의 첫 국제무대 데뷔무대는 악몽으로 끝났다.

기재부가 두 차례나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오히려 화를 좌초했다.

해명의 골자는 G20 성명서는 최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의 목적을 디플레이션 탈피와 내수회복으로 제한했다. 환율을 경쟁력 강화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환율이 내수용환율과 수출용 환율이 따로 있다는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 놓아 후폭풍에 시달렸다.

시장은 정직하다. 이미 달러당 100엔 시대가 다가왔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 현오석.. 실추된 명예를 어떻게 회복할까?



경기 전망은 제각각이다. 국내외 막론하고 1년에도 수차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전망 틀린게 문제가 아니라 틀린 전망을 바로잡기 위해 솔직히 실수를 인정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말 추경까지 해야할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눈치보지말고 국회를 설득해 가능한 빨리 실행에 옮겨야한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는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세입보전을 줄이고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을 더 늘리라는 국회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대책도 마찬가지다.

엔저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면 산업별 경쟁력 확보방안에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매일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대책을 내놓겠다는 판에 박힌 말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환율 변동에 따른 산업별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나오기를 기업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치경제팀 이인철 기자 ic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