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의 엔저정책이 국제사회의 '면죄부'를 받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엔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엔화 쓰나미를 예고했습니다.
오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제 사회의 '인증'을 받은 일본이 한층 강력한 엔저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에 최전방에 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BOJ)는 G20 재무장관 회의 후 "국제적 이해를 얻어 통화정책에 자신감을 더 얻었다"며 보다 강력한 아베노믹스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겸 재무상은 국회에 "국제사회가 엔저를 인정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인터뷰>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엔화가 내려갔다는 것은 단지 결과일 뿐 우리 목표는 디플레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소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디플레이션 타개에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혀 양적완화가 당초 목표로 한 2년에서 더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있는 '아베노믹스'를 수년간 더 고수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92조 6천115억엔, 우리 돈으로 1천 59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예산안이 중의원을 통과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일본의 무차별적인 '돈 살포'는 한층 탄력 받을 전망입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엔화 쓰나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잇달아 엔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습니다.
바클레이즈와 JP모건 등 14개 투자은행들은 달러대비 엔화 가치 6개월 평균 전망치를 종전 98.08엔에서 100.58엔으로 올렸고, 특히 크레디트스위스(CS)는 엔화 가치가 3개월 안에 105엔을 넘어서고 1년 안에는 120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축포를 터트리기엔 일러 보입니다.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달러당 100엔에 육박한 환율에 대해 "이 근처가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실물경제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양책 없이 자생적인 성장 궤도에 복귀하려면 앞으로도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사안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밝힌 점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엔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일본의 자동차와 IT 분야 등의 수출기업들도 여전히 신규 채용 확대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또 교도통신이 전국 1천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으로 가구 소득이 늘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아베노믹스 효과가 아직은 민생 깊숙이 스며들지 못한 형국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한 호주와 터키 등 신흥국들이 엔저 정책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엔저를 언제까지고 용인할지 불확실해 일본 정부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공격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해 엔저 바람을 일으킨 일본은행은 오는 26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내놓을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