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00엔대 진입 '초읽기'

입력 2013-04-22 13:58
수정 2013-04-23 06:02
<앵커>

주요 20개국, G20 재무장관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아베노믹스'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엔화 약세가 한층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일본 내에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1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터키와 호주 등 신흥국들이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가치 절하에 대해 집중 공격했지만 주요 20개국, G20은 결국 일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터뷰>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

"G20 재무장관들은 각 국가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전략과 목표를 적용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의 결과를 두고 "일본이 각국 재무장관들을 상대로 '아베노믹스'가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논리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G20 회의에서 자국의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이 '면죄부'를 얻어내자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시절부터 쌓아온 탄탄한 인맥이 빛을 발했다"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엔저 비판론자들과 직접 1 대 1로 만나 설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한국은 '북한 도발보다 엔저 위협이 더 크다'며 엔저를 G20 회의 의제로 채택시키려 했지만 미국 측에 환율 개입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불신을 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G20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무제한 돈풀기'에 '청기'를 들어주면서 엔화 약세에 다시 속도가 붙었습니다.

실제로 22일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 때 엔화가치는 99.98엔까지 떨어지면서 '달러당 100엔 시대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중으로 100엔 돌파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달러대비 엔화가치가 100엔을 돌파할 경우 지난 2009년 4월14일(99.98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경우 엔화가치가 올해 안에 달러당 105엔까지 떨어지고 내년에는 115엔까지 간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엔저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IT, 석유화학, 철강 등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업종들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엔화부채가 많거나 일본에서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과 엔저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내수업종들은 상대적으로 엔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