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펀드를 팔아줄 계열사를 끼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그간 비교적 손쉽게 펀드를 판매해 왔습니다.
일종의 계열사 밀어주기식 펀드 판매의 덕을 본 것인데요.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3일부터 일명 펀드판매 50% 룰이 시행됩니다.
'50% 룰'이란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연간 전체 펀드 판매금액의 50%를 넘게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재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금융상품의 계열사 밀어주기식 판매를 줄여 투자자들의 금융상품 선택권을 확대해 주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 보험사와 증권사를 비롯해 금융지주사들의 금융상품 밀어주기 행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그리고 삼성증권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70%, 95% 그리고 58%에 이릅니다.
여기에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이 계열사펀드를 90%와 74%까지 팔고 있고, 신한과 KB국민은행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펀드 중 절반 이상을 계열사 펀드로 채웠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50%룰 규제에 해당되는 판매사만 11곳입니다.
업계에서는 시장 판도 변화를 예상하며 벌써부터 눈치보기에 들어갔습니다.
<전화인터뷰>
자산운용사 관계자
"이번 기회 통해 판매채널이 집중됐던 것도 분산시킬 수 있고 또 다른 기회라고 본다. 증권이나 생명 등 계열사 펀드 차지 비중이 50% 좀 넘는데, 은행이나 다른 곳으로 다양화 시키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펀드 활황기에 특정상품이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여기저기 판매사들이 상품을 달라며 알아서 팔아줬지만 지금은 딱히 좋은 상품도 잘 팔리지 않은 상황이라 새로운 판매채널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50%룰 규제에 핵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여기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사 등은 펀드판매액 기준으로 자산운용시장의 TOP3 운용사.
이들의 판매 채널 변경과 또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어떤 운용사들의 상품을 팔아주느냐에 따라 시장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TV 이진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