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2부 - 긴급진단
동양증권 이석진 > 오늘 귀금속 시장은 불명예스러운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뿐만 아니라 지난 금요일에 4% 정도 빠졌기 때문에 이틀 동안 거의 15% 가까이 하락한 적은 30년래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 가격 하락의 표면적 이유는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매각 결정이다. 금융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금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동안 버티던 금 투자자들이 ETF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로는 이런 것보다 오랫동안 지켜졌던 지지선, 즉 온스당 1500달러가 함락되었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의 인내가 무너지면서 집단 매도로 이어져 투자심리측면에서 봤을 때 패닉 국면에 진입했다. 전체적인 귀금속 시장의 동반 급락이라는 악순환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금 가격의 하락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성적인 판단국면을 넘어섰기 때문에 펀더멘탈 분석보다 투자심리 사이클로 진단할 수밖에 없다. 취약해진 심리로 인해 추가 하락이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투자심리 사이클로 봤을 때는 오히려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패닉 국면에 접어들면 이 시점을 지나면 절망 국면이 마지막으로 나타난다. 이 시점이 바로 가격 바닥을 나타내는 하나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지선을 다시 설정한다면 온스당 1300달러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1300달러부터 2011년 초에 마지막 금 급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금 버블 해소 차원에서 생각할 때 이 가격대라면 금 버블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는 가격대이다. 온스당 1300달러가 시장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헤지가 금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의 낮은 지표들로 봤을 때 또 한번 실망했을 수 있다는 것이 금값 하락의 원인이다. 금값 하락을 증시의 악재로 봐야 할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금값 하락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미국 경제와 증시 강세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증시와 금값의 상관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금값 하락이 선진 증시에는 악재가 아니지만 신흥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금이 달러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신흥국 증시가 선진 증시에 열세를 보이는 것이 크게 보면 같은 흐름, 즉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입 쏠림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값 하락이 선진증시에는 악재가 아니지만 신흥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펀더멘탈 분석은 투자자를 위로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군중심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큰손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까지 같이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투자심리 사이클에서 패닉 국면에 접어들면 오히려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거 경험상 투자 기회를 하는 타이밍을 줬다는 교훈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넘어가는 것이 맞다.
원자재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경기둔화 국면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적극적인 매수를 하기 보다 바닥을 다지는 국면 이후에 다시 시장 바닥이 나타날 것이다. 원자재 전체적으로는 당분간 힘든 시기를 거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