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16편. 강의 중 학생들의 침묵. 그 의미에 대하여
저는 강의 중에 크고 작은 질문들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처음 제 강의를 수강하는 수강생들은 대개 제 눈을 피하거나 조용히 다른 사람이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강의 첫 날에 강조합니다.
저는 평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목적은 수강생들에게 생각할 기회와 말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말이죠. 때문에 수강생들이 틀린 대답을 하든 옳은 대답을 하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모를 때에는 모른다고 대답해도 괜찮다고 재차 안심시킵니다.
제 강의를 수강하는 대다수의 수강생들은 자발적으로 수강 등록을 한 성인들이지만, 강의 초반에는 매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또 수강료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인 모습으로 강의에 임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분들의 태도를 나무랄 수 있을까요?
영어 교육 관련 학술지 혹은 논문들 중 동양 학생들의 수업 참여 태도를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과 비교하여 다룬 것들이 많습니다.
그 자료들에 따르면 동양 학생들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강의 중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많이 주저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교사가 강의 중 질문을 할 시간을 주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다가, 강의가 끝난 후 교사에게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행동 말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행동은 다른 구성원들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며, 괜히 개인이 다른 목소리를 내어 흐름을 깨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서 가급적 강의 시간에는 조용히 있는 편이라는 것이 분석 결과인데요.
어떻습니까? 설득력 있는 얘기인가요?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교실 문화는 어떻습니까?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영어 시간에는 이전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 및 문법 쪽지 시험을 매일 치렀고, 틀린 개수만큼 회초리로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마치 교실에서는 학생이 무엇을 모른다는 사실 즉 틀린 대답은 절대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항상 수업 시간에는 정답이 아니고서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틀린 대답을 하는 경우에는 무안한 상황을 겪거나 혼이 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졌는데요. 생각해보면 의아한 일입니다.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학생이라면, 더 이상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몇 달 전 새로 시작한 강의도 처음엔 매우 조용한 분위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질문을 하면 모두들 숨죽이고 저를 쳐다보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고, 강의실에서는 침묵만 흐르고 있었는데요. 그럴 때 마다 저는 “It’s ok to say, “I don’t know.””라고 수강생들에게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하며, 만약 모든 것을 알았다면 이 강의를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며, 저는 teach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들의 학습을 facilitate하는 사람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강의는 시험을 치르는 시간이 아니고, 서로 모르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입니다. 언어는 사용할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고, 고민과 머뭇거림이 잦을수록 그 능률은 낮아집니다.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사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언어 사용의 목적이 아니지요. 그리고 우리의 영어 학습 목표는 성공적인 의사소통, 즉 interaction 능력의 향상을 위함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선하 ELF 강사. http://blog.naver.com/goseonh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