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호 농협 좌초 위기”

입력 2013-04-12 13:28
수정 2013-04-12 14:58
<앵커>

농협 전산사고는 최고 경영진의 금융 코어비즈니스인 IT에 대한 인식 부족, 개혁의지 부재 등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최원병 회장의 결단과 내부개혁, 금융소비자 보다 단위조합을 우선시 하는 풍토의 변화가 없다면 사고 방지는 요원해 보입니다. 김정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농협 전산사고와 관련해 최고 경영진, 특히 중앙회 꼭짓점에 자리한 최원병 회장이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들어 2차례, 지난해로 거슬러 가면 3차례 등 사고 때마다 개선을 약속했지만 빈 수레에 그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해킹이다, 부품고장·프로그램 오류다‘ 늘상 변명만 있을 뿐 개선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협 전산망을 맡고 있는 한 SI업체조차 다른 은행, 금융권과 차이가 나는 농협의 구조적 모순을 토로하며 최고 경영진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SI업계 고위 관계자

“은행은 IT가 코어비즈니스 자체다. 농협 윗 사람, 경영자들이 IT가 중요하다는 개념 인식하고 코스트 비용 개념 아닌 투자하고 보완한다는 개념 정립해야”

단위 농협을 기초로 중앙회가 조직의 근간이 되고, 조직 탑 팀인 최고 경영자가 정부의 컨센서스가 반영된 인사라는 부분에서 빈번한 사고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낙하산 논란, 금융과 요원한 최원병 회장이 중앙회와 자회사에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금융 경영진이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개혁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조직 내부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인터뷰> NH농협 관계자

“그게 (낙하산) 문제있다. 은행 포션이 큰데 중앙회가 운영하는 게 맞냐 이거 아니겠냐”

항공과 더불어 IT분야의 최고여야 하는 금융 포션이 적지 않지만 금융소비자보다는 자신을 뽑아 준 조합과 중앙회 이익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당국이 전산 지배구조, 후진적 프로세스, 책임의식 부재를 지적하며 신동규 금융지주 대표의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최원병 회장이 문제의 중심이라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가벼이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금융권은 원인을 더 이상 외부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농협 (최고 경영진) 수준 높아야 외주업체 수준도 프로젝트나, 시스템, 품질 높일 수 있는 것..하청업체 탓 아닌 것“

시스템관리 위탁을 중앙회가 결정하고 계약도 3년에 2년을 추가하도록 농협법에 명시돼 어쩔 수 없다는 농협의 답변에서 개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입니다.

전권을 행사하는 제왕적 수장, 개혁을 더디게 하는 농협법 등 뼈를 깍는 환골탈퇴 없이 향후 몇 년간 금융소비자를 볼모로 한 농협 전산사고는 재발 우려에서 헤어나기 힘들 전망입니다.

지난 3월 농협중앙회 비정규 지부가 최원병 회장 퇴진 투쟁을 벌인 바 있고 농협 게시판과 트위터 등 SNS에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농협을 성토하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어 최원병호 농협은 말 그대로 좌초 직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