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의 경기부양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다우와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오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양적완화 지속이냐, 축소냐?'
양적완화를 둘러싼 논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에서도 치열했습니다.
지난달 FOMC 의사록을 보면 일부 정책위원들은 "고용시장 전망이 기대대로 확고하게 개선되면 다음 몇 차례 회의에 걸쳐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가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위험을 촉발하는 등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양적완화 규모가 조기 축소되거나 종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12명 FOMC 정책위원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양적완화의 혜택이 비용보다 크며 그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도 관리 가능한 것으로 보고 매입 규모를 줄이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회의록 공개와 맞물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시장이 다시 둔화세를 보여 현재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나아지긴 했지만 연준의 목표만큼 성장세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며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해 연준이 경기 부양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신규 일자리 창출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경제 활동 참가율도 지난 1979년 5월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고용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연준이 양적완화를 쉽게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연준의 '돈 풀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안도감이 번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만4천8백 선까지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1% 넘게 오르며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유럽증시도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2% 안팎 오르는 등 한 달 새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이처럼 환호성을 질렀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 내부에서 양적완화 축소 주장이 비교적 강하게 나옴에 따라 연준의 중차대한 통화정책 터닝포인트가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