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뉴스]고소득 일자리 비중 크게 줄어

입력 2013-04-05 14:20
수정 2013-04-05 15:44
<앵커>양질의 일자리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 직업을 말하는 것일까요.

<박준식>제가 내릴 결론은 집에 돈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 양질의 일자리고 경제적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면 월급 많이 주는 회사가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앵커>박기자의 논리와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합하면 역시 어느 정도 급여 수준이 높은 일이 좋은 일자리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박준식>그런데 연구 자료를 보니까 고소득 일자리 비중은 줄고 저소득 일자리 비중은 증가하는 것으로나타났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10년간 일자리 구조 변화의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중위소득 150% 이상인 고소득 일자리의 비중은 29.5%에서 25.7%로 3.8%포인트 줄어든 반면 중위소득 50% 미만인 저소득 일자리 비중은 10.5%에서 14%로 3.5%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앵커>돈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남들 보다 조금 덜 받더라도 본인이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정봉구>네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저소득이면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정규직이면서 동시에 중위소득 50% 미만인 일자리는 117만개에서 198만개로 지난 10년간 81만개 증가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근로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년새 8.3%에서 11.1%로 2.8%포인트 늘었습니다.

<앵커>그러면 월급 많이 받는 고소득 종사자는 모두 정규직인가요.

<정봉구>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능력 있는 분들 중에는 월급 보다는 내가 성과를 낸 만큼 보너스를 더많은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형태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고소득이면서 정규직인 좋은 일자리는 362만개에서 403만개로 41만개 증가한 데 그치면서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6%에서 22.7%로 2.9%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앵커>지금 이야기하는 근로자는 쉽게 말하면 월급 받는 분들이고 자영업이나 개인 사업 하는 경우는 제외한 거죠.

<박준식>자영업, 직장인 두개를 구분해서 보면 전체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즉 샐러리맨은 비중은 65.1%에서 71.8%로 높아졌고 자영업자 비중은 34.9%에서 28.2%로 감소했습니다.

임금근로자 비중만 놓고 보면 아직 우리는 선진국은 아닙니다. 미국(93%) 캐나다(91%) 독일(88.3%) 일본(88.1%) 등에 비해 크게 낮고 OECD 국가 평균인 83.8%에 비해서도 저조한 수준입니다.

<앵커>좋은 일자리, 특히 임금근로자를 늘리는데 정부나 기업, 정치권 모두가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준식>그런데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고 이런 것은 미국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이후 미국의 관리직 일자리는 38만 7천 개 늘어난 반면 사무직 일자리는 200만 개 정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신기술, 최첨단 기계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보통의 사무직 일자리가 없어지고 이는 결국 미국 중산층이 더 큰 위기에 빠져들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컴퓨터 등을 이용한 첨단 일자리가 일부 생기지만 그만큼 중산층의 일자리는 사라진다는것인데 회계 장부 관리, 자료 입력 직원, 문서 정리원, 타이피스트 등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앵커>정봉구 기자는 어떤 소식인가요?

<정봉구> 한국경제TV에서 세계 경제금융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현장에 직접 다녀왔는데요. 경제금융컨퍼런스이지만 첫날에도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었고요. 어제는 또 앨빈 로스라는 노벨경제학 수상자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게임이론을 기업과 정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연구해오신분인데요. 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고용과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조언을 했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이나 구직자들이나 관심이 있을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해서 가져왔습니다.

<앵커> 아 이제 고용과 입시제도에 대해서 조언을 했다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데요?

<정봉구> 우리나라 고용도 그렇고요. 대학이나 고등학교 입시도 그렇고 분명 미스매칭이 존재합니다. 취업재수나 대학재수나 결국 미스매칭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라고 볼 수도 있죠. 앨빈 로스는 이런 미스매칭의 원인이 시장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자리 미스매칭은 고용시장 구조가 잘못돼 있는 것이고 자신이 맞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재수 삼수하는 것은 교육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런 미스매칭은 시장 구조를 개선하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어떤 내용인지 관련 리포트 한번 보시겠습니다.

----<VCR> 신선미 리포트

<기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혼, 구직, 대학 진학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내가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가 힘들다는 데에 있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뭘까?

앨빈 로스 교수는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앨빈 로스 노벨경제학 수상자 / "시장 구조는 안정적 배분이 이뤄지도록 돼 있어야 한다. 뭔가 왜곡되거나 잘못됐다면, 시정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용시장의 경우, 구직자들과 사람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충분히 있지만 미스매칭이 늘 발생하는 만큼, 중앙청산소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직자와 기업을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중간자 역할의 기관을 만들어,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겁니다."

<인터뷰> 앨빈 로스 노벨경제학 수상자 / "고용주 입장에선 100개(신청자)의 모든 이력서를 보기보다는 한 두사람의 이 신호체계(최우선 지망의사)를 보고 이 사람들의 이력서를 면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왜 우리회사에 관심을 갖는지 등)."

그렇게 되면 고용주들은 이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 볼 수 있고, 구직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의 면접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아져 '윈윈효과'가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터뷰> 앨빈 로스 노벨경제학 수상자"서울대가 입시일을 지정하면, 고대 연대도 같은 날로 정해서 학생들이 한 곳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선택의 숫자와 형태가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이는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합니다."

1~3지망을 쓸 수 있도록 해, 1지망을 쓴 학생들끼리 우열을 가린 뒤, 1지망에서 선택이 유보된 학생은 또 다시 2지망으로 선택한 학생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우선순위를 매깁니다.

이렇게 하면 3지망으로 선택한 학생까지 모두 고려하게 돼, 학생들은 눈치작전을 할 필요도, 재수 삼수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봉구> 조금 복잡한 얘기인 것 같지만 예를들면 내가 삼성그룹에 들어가고 싶다 그러면 삼성공채를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떨어진다면 하반기를 노리거나 내년 공채를 노려야하는 것입니다. 첫해에는 떨어졌지만 다음해에 삼성그룹에 합격했다. 결국 진작 합격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1년 전에 뽑았어야 할 인재를 미리 뽑지 못한 것이죠. 이런 것이 결국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낭비가 되고 있는 것이 시장설계가 잘못돼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일년에 두 번 기회가 있는 공채 구조가 아니라 여러번 기회가 주어지는 수시채용과 같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구직자를 위해서도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로스 교수의 제안이라고 볼 수 있고요.

결국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 정보를 드러내고 정보를 바탕으로 수시로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일종의 증권거래서와 같은 '청산소'를 통해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이런 부분은 결국 고용센터와 같은 곳에서 이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한번 다시 챙겨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저희도 이런 공채 문화, 입시 문화에 젖어있다보니 이런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앨빈 로스 교수의 조언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네요.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