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 “아내는 이미 하늘에…”

입력 2013-04-04 10:28


▲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 (사진 = 택배 회사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캡처)

[한국경제TV 이원정 기자]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 회사에서 ‘좋아요’(페이스북 추천 기능) 1만 번 넘으면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 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

지난달 12일 한 택배회사 페이스북에 60대 후반 남성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사연의 주인공은 한규태(68·예명 배창희) 씨. 한 씨는 이런 내용이 담긴 커다란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젊은이들에게 추천을 요청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폭발적이었다. 해당 사연에 대한 ‘좋아요’는 1만건을 훌쩍 넘겼다.

한 씨는 회사가 지원하는 비용으로 제주도를 가게 됐다. 한 씨는 환한 웃음으로 다시 “젊은이 여러분 감사합니다”며 “회사에서 약속대로 제주도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한 뒤 “다녀와서 소식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 씨의 사연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무려 67만명이 넘었다. 사연은 20일 SBS 러브FM ‘DJ쇼! 당신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고, 그때까지 가슴에 담아왔던 비밀을 털어놨다.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며 말문을 연 한 씨는 “사실 제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고 고백한 뒤 담담한 목소리로 고인이 된 아내와의 사연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전 오랜 결혼 기간 동안 그 흔한 제주도여행 한 번 못 가봤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신혼여행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못 갔죠. 그러다 아내가 암에 걸렸습니다. 유방암 초기였습니다. 치료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후 다른 쪽에도 유방암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대장암도 발병했습니다. 암은 곧 폐로 전이됐고, 마지막에는 머리까지 번졌습니다. 저는 대장암이 발견됐을 때부터 모든 일을 놓고 아내 곁에만 있었습니다. 건강할 때 제주도 구경 한 번 못 시켜준 게 마음의 한이 되더군요. 아내 환갑 때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 꼭 살려낼게. 당신 칠순 때는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오자’고 그렇게 말이죠.”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사연에 청취자들의 눈시울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는 칠순을 한 해 남겨두고 아픈 생을 마쳤습니다. 저는 아내의 영정사진을 집 현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하러 갈 때는 ‘잘 다녀올게’, 퇴근해서는 ‘나 왔어’ 이렇게 아내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인사를 합니다. 많은 네티즌들의 힘으로 저는 며칠 후면 제주도여행을 떠납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품에 꼭 안고 다녀오려고 합니다. 칠순 때 같이 가자던 약속은 못 지켰지만 아내도 이해해주겠죠? 40년 만의 부부동반 제주도여행, 벌써부터 설렙니다.”

지난달 24일 이 택배회사 페이스북에는 마침내 제주국제공항을 배경으로 찍은 한 씨의 사진이 하나 추가됐다. 택배원 근무복이 아닌 말끔한 정장 차림에 멋진 중절모를 쓴 한 씨의 손에는 이번에도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적힌 커다란 종이가 들려있었다.



▲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 (사진 = 택배 회사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캡처)

“젊은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67만명의 ‘좋아요’ 응원 덕분에 제주도에 도착하였습니다. 2박 3일 동안 즐거운 여행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감동스러운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이었다” “좋아요를 누른 67만명도 멋지고, 해바라기 할아버지도 멋지다” “또 다른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이다” “67만의 기적 할아버지 고백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