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지금세계는] 아베노믹스, 대장성 패러다임 재구축

입력 2013-03-28 07:58
수정 2013-03-28 09:31
굿모닝 투자의 아침 1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오늘이 아베노믹스 100일째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워낙 말이 많았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두 가지 큰 축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다른 나라 100년 걸릴 것을 40년 만에 압축성장을 했다. 이것이 골격을 이룬 것이 대장성이기 때문에 대장성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것이 자산이 붕괴되면서 일본의 은행이 주축이 되는 물가 안정을 고려하는 정책이 미에노 패러다임이다. 그런 각도에서 오늘 우리나라도 경기부양 대책이 나오지만 과거 경제기획원 멤버로 이루어진 기획원 패러다임이 재구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자. 1990년대 이전까지는 대장성 패러다임이 주축을 이루었고 그 이후부터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미에노 패러다임이었다. 이것이 결국 경기부양에 실패하다 보니 아베가 대장성 패러다임을 재구축했다.

대장성 패러다임이란 무엇일까. 일본이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엔저와 수출증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그래서 성장 기간을 아주 짧게 가는 것이 바로 대장성 패러다임이다. 우리나라도 오늘 경기부양책을 기점으로 경제기획원 패러다임이 재구축된다면 상당히 강력한 내용을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장성 패러다임도 상당히 큰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획기적으로 국민 입장에서 반기는 정책을 발표했으면 한다.

일본 경제가 좋지 않았던 1990년대 이후에는 정책만 다 소진했다. 지금 재정정책은 추가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채무가 GDP의 225%로 세계에서 최고 높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상태는 당시 아베노믹스가 출범할 때는 안 됐다. 그리고 통화정책도 기준금리 제로인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양적완화 정책도 돈을 풀더라도 일본 국민과 기업들이 디레버리지한 상황, 다시 말해 돈을 중앙은행에서 풀더라도 이것을 벽장 속에 가두거나 은행에 단기요구불예금으로 단기 부동화되어 있다. 자금을 풀더라도 이것이 증시, 부동산, 경기로 가야 주가와 부동산이 오르고 경기가 살아나는데 돌지 않는다.

결국 아베노믹스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마지막 정책수단은 일본은 대장성 패러다임의 성장 체질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엔저를 건드리고 수출을 증대시키면 그 어느 국가보다 경기가 실제 돌아가지 않더라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래서 불과 100일 전 엔저를 통해 무리하게 수출을 증대한 아베노믹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글로벌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충돌될 때는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달러 약세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본도 엔화 약세를 통해 경기부양을 모토로 삼는 상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태에서 글로벌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는 국익을 수호하고 우리 경제팀의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궁극적 목적은 국민이다. 지금 너무 침체된 상황을 볼 때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획기적인 내용을 담아달라는 의미는 글로벌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충돌될 때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길로 세계 각국이 가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했던 것이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추진할 때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 유럽도 양적완화 정책으로 가다 보니 결국 우리만 당하는 것이 아니냐. 이번에도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화가 강세되니 우리만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 증시나 경기, 부동산에 외톨이 현상이 나타나니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아베노믹스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등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상태에서 극단적인 일본의 이익을 선택한 정책이다. 대내적인 일본의 내부 요인도 있었지만 대외 요인도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배경이다.

그동안 엔달러환율의 상승 모습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피봇 투 아시아 정책으로 일본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엔달러 상승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1995년 역 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환율 80엔대 붕괴된 것이 148엔까지 올라갔던 상황을 두고 100, 110, 120엔으로 예상했지만 오늘 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아베노믹스의 엔달러환율 정책에 대해 미국의 경쟁력을 빼앗아간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경쟁업체들이 항거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부작용이다.

아베노믹스는 다른 국가의 반발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엔달러환율 상승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환율전쟁이 최근에는 무역, 통상분야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이 자국의 WTO 체제 내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반덤핑 관세 등을 통해 통상 압력의 파고를 높이는 노력, 설령 WTO 체제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과 글로벌 이익이 상충될 때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WTO의 분쟁처리절차에 설령 제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처리 기간이 3~5년 정도 되니 자국의 이익으로 가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보통 100일, 1년 정도면 성과가 나온다. 그런데 모든 경제정책에는 시차가 있다. 지금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정책의 경우에도 6개월 정도, 통화정책의 경우 시차가 길어 9~12개월 정도 걸린다. 어떤 정책이든 100일만에 평가되는 것은 외형상 나타나는 것뿐이다.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외형상으로만 보자.

일단 엔달러환율 측면에서 가장 핵심인 84엔으로 갔던 것이 지금은 95엔 정도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같은 기간에 30% 정도 올라 그동안 일본의 경제가 안 좋은 가운데 엔화 강세에 의한 안전통화의 저주에 얼마큼 시달려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소비나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각국의 반발이 있다 보니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는 시기상조다. 일본 내부에서도 엔달러환율이 94엔대에서 상당히 주춤하고 있는 것은 일본 내부에서 글로벌 사회에서 일본의 이익만 앞세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모습과 다른 국가의 반발이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환율 94, 95엔 수준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면 바로 100엔 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2주 이상 94엔에서 주춤하는 상태다.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는 상당히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엔달러환율이 80엔대 초반에서 94엔 올라간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투자 기법에서 보면 체리피킹 기법이다. 일본의 주가도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경제여건의 개선 여부와 관계 없이 그 부분만 조금 개선된다면 기대감에 의해 올라가는 측면에서 30%가 나타난 것이다.

일본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두고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되어 올라간 것은 아니다. 투자기법에서 체리피킹 기법을 모르는 투자자는 단순히 나타난 초기 단계를 가지고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 이는 경제정책에서 시차를 모르고 한 발언이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적인 정책은 엔저를 유도하고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아베 행정부보다 구로다 하루히코의 일본은행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0일 구로다 하루히코로 교체된 이후 첫 회의가 다음 달 2일에 열리는데 이것이 상당히 관심이 된다.

핵심은 발권력을 풀 때는 인플레 타깃팅 선을 올려야 한다. 이것을 2%로 올릴 것인가가 지금 상태에서 100일을 맞은 아베노믹스의 가장 핵심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은 방침을 봤기 때문에 2%를 인플레 타깃팅으로 높여 발권력을 동원해 엔화를 약세시켜 추가적으로 가는 모습이 될 것이다.

돈을 그렇게 찍으면 물가가 앙등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디플레 국면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물가를 은근히 끌어올리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가격, 물가란 떨어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제 역할을 해야, 교통신호등이 제 역할을 해야 경기가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마냥 떨어지는 것이 좋지는 않다.

물가가 디플레 상태가 된다면 교통신호체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경제주체들이 가이드할 수 있는 신호가 없다 보니 혼란한 상태가 된다. 그런 상태에서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인플레 타깃팅선을 올리고 가격도 정상적으로 올리기 위해 물가 상승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 부분도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용인을 한다. 그래서 미에노 패러다임이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번 키프로스 사태도 그렇지만 최근 펀더멘탈을 받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당국이 강압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들이 유럽과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의 펀더멘탈을 받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리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주가도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펀더멘탈을 받치지 않고 무리하게 올라가는 것은 정책에 있어 거품이 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런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게임 참여자, 이해관계자들이 펀더멘탈을 받칠 정도까지 용인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엔저 정책의 게임참여자들은 다른 국가, 일본의 수출업체, 일본의 수입업체, 일본의 국민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일본 수출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엔저 정책이 무리하게 이를 끌어올린 것만이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엔저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엔저로 인해 채산성이 계속된 수출 부분이 근로자 임금으로 연결되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증가되어 내수로 확대된다. 제 2단계 조치가 없을 때는 이 자체가 실패한다. 아베노믹스의 무리한 정책에 의해 실패하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좀비 상태로 빠지는 것이다. 마냥 좋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아베노믹스가 대단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