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뉴 개발에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을 도입하는 외식업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고객이 제품의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 전략은 이전에도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요즘은 보다 제도화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을 소비자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로 격상시키고 있다.
때문에 외식업체들은 메뉴 출시 전 고객품평회를 열어 제품 결정에 고객 권한을 강화하고,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고객 레시피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등 여러 제도를 활용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핸드 쿡드 다이닝펍 ‘와라와라’는 분기별 신메뉴 선정 과정에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메뉴 출시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품평회를 개최해 고객이 새로운 메뉴를 미리 맛보고 보완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개발팀에서 개발한 10여가지 메뉴 중 품평회에서 시식평이 좋았던 5개의 메뉴만이 새로운 상품으로 출시될 자격을 얻는다.
와라와라는 지난 2월에도 20여명의 20대 남녀 고객을 본사로 초청해 봄맞이 신메뉴 출시를 위한 고객품평회를 진행했으며, 그 자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파피자’, ‘방울치즈샐러드’, ‘딸기레몬주’ 등의 메뉴를 엄선해 봄철 신메뉴로 내놓았다.
이처럼 고객의 테스트를 미리 거친 메뉴는 실제 매장에서의 매출 성적도 당연히 좋다. 2012년 가을 품평회를 통과한 ‘숟가락피자’는 현재 전체 매출 중 2위(약 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여름에 출시된 ‘갈릭치킨과 포테이토’는 전체 매출 중 약 3위(4.5%)를 책임지고 있다.
본죽, 본도시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정기적으로 고객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공모전 참가자는 본죽과 본도시락의 신메뉴 개발 전략뿐 아니라 마케팅 전략에 관한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으며, 입상작은 본아이에프의 실제 메뉴개발과 마케팅 전략에도 적극 활용된다.
올해로 4회째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고객 레시피가 본죽의 히트상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2010년 제 1회 아이디어 공모전 당선작인 ‘불낙죽(대상)’과 ‘카레해물죽(입선)’은 출시된 지 1년만에 각각 22억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수상작은 아니지만 역시 고객 아이디어로 탄생한 ‘쇠고기 미역죽’도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불고기와 낙지를 재료로 한 ‘불낙죽’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불낙(不落)’이라는 중의적 네이밍으로 입시철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메뉴와 매장 서비스를 평가하는 고객 평가단 ‘맛의 달인(達人)’을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 총 30명의 평가단은 1년 동안 블랙스미스가 매년 두 차례 선보이는 신 메뉴 개발 과정에 참여하며, 전 매장에 고객으로 방문해 메뉴와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의 역할을 한다. 또 타 브랜드 매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경쟁력과 동향을 파악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블랙스미스는 이와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모든 매장이 동일한 맛과 서비스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 전반에 대해 객관적인 고객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모색하는 등 매장 운영과 브랜드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