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은행권 구조조정 우려

입력 2013-03-26 10:21
수정 2013-03-26 10:51
<앵커>

글로벌 증시를 흔들던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타결 소식이 반짝 호재에 그쳤습니다.

키프로스 은행의 구조조정이 주변국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새롭게 부각됐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상승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는 또 다시 휘청거렸습니다.

오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키프로스 사태가 극적으로 진정됐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습니다.

키프로스식 구제금융이 유로존의 다른 은행에도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번졌기 때문입니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안 타결 직후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의장은 "이번에 합의된 키프로스 지원책은 우로존 은행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금융부문을 정리해야하는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유로그룹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글로벌 주식시장은 요동쳤습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장 초반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 소식으로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사상 최고치(1565.15)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했습니다.

유럽증시도 프랑스가 1% 넘게 급락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도 장중 한때 1.2827달러까지 밀리며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의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유로그룹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키프로스 구제금융은 예외적인 어려움에 따른 특수한 케이스"라며 "확대 적용은 없을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협상 과정과 이후 유로그룹 의장의 발언 등에서 유럽연합(EU)의 일관된 리더십이 결여됐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경쟁력을 회복하고 성장을 부양하기 보다는 긴축과 고통을 분담하는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키프로스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들이 수그러들면 재차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낙관론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키프로스 합의안으로 유로존 붕괴를 겨우 피했지만 광범위한 은행 자본조정 필요성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키프로스발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