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키프로스 의회가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거부했습니다.
키프로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오상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인터뷰> 시위참가자
"불공정하고 재앙과 같습니다. 이 조치가 통과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싸울 수 있습니다."
반대 여론 속에 강행한 의회 표결에서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구제금융 협상 비준안이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됐습니다.
키프로스 정부는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예금 잔액별로 6.75~9.9%에 이르는 일회성 부담금을 부과하되 소액 예금주에 대해서는 면세하는 수정안까지 마련했지만 찬성표를 한 표도 얻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야나키스 오미로우 키프로스 국회의장
"키프로스 의회는 절대다수의 반대로 예금자에게 과세하려는 유로그룹의 계획을 부결시켰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키프로스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체)과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하거나 재원 조달 방안을 새로 짜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대안으로 외부 자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 불이행(디폴트)은 물론 유로존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사회 보장 기금 국유화와 EU, 러시아 정부 등이 참여하는 국영 자산회사 설립 등을 골자로 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유로그룹과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발 충격이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전염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미국 주택지표 호조에 힘입어 장초반 일제히 상승했던 뉴욕증시는 의회 부결 소식에 방향성을 잃었고, 유럽증시도 사흘째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로화 대비 미 달러화 환율도 1.2842달러까지 내려가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유로 가치 하락).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커지자 유로그룹은 "키프로스를 제외한 다른 회원국에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예금 과세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유럽중앙은행, ECB도 "키프로스 의회가 구제금융안 비준을 거부했지만 필요하다면 현행 규정대로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그러나 "키프로스가 아주 격정적인 정치상황을 보이고 있다"며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할 시점"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오상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