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머니인사이트
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 지금의 달러 강세를 달러 천국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작년 9월 이후 달러의 추이가 굉장히 강했다.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고 이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시장으로 계속 몰려간다는 의미다. 달러 강세 현상이 표출되는 것이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 등인데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노리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많이 살포하고 있지만 달러의 가치가 거꾸로 올라가는 것인데 타협 없이 계속해서 양적완화를 주장하니 미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버냉키 의장이 노리는 양적완화의 효과들이다.
지금 달러가 어느 정도 강세인지를 보면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하는 달러 인덱스가 지난해 9월 이후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9월 69선을 바닥으로 74선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 인덱스 자체는 유로나 엔, 파운드를 풀로 만들어 7개 나라의 통화를 달러와 비교하는 것이다. QE3, QE3.5가 본격화된 후 이런 나라들도 비슷하게 양적완화 정책을 썼다.
그런데 달러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아베노믹스 때문에 엔화를 살포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유럽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미국도 연말에 대선이 있고 재정절벽 문제 등이 이슈가 됐지만 곧바로 해결이 되면서 재상승을 하고 영국은 경제지표가 너무나 나쁜 상태였다. 이런 것이 달러 강세 기조의 배경이 되고 그런 것을 정당화하는 주변적인 여건이 된 것이다.
달러를 살포하면서도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나오는 미국 경제지표들은 모두 좋다. 어제 발표된 주택지표가 대표적이다. 2008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미국이 리먼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모기지 채권이 문제가 되면서 은행들이 집을 차압하니 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사회문제가 되는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버냉키 의장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버냉키 의장은 돈을 뿌린다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면서 달러를 찍어냈다. 동시에 디레버리징이라는 부채를 줄이는 구조가 가능해졌고 흥청망청 소비만 하던 미국 소비자들도 돈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기에 우리나라는 어땠는가. 우리나라도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고 건설사들이 부도로 넘어가는 일이 있었지만 가계부채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미국의 경제 체질은 탄탄하게 단련되고 있던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중국경기에 기댔던 이머징 마켓 국가들은 고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피땀을 흘렸다.
이런 부분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달러를 찍어내고 있는데도 투자자금이 미국시장으로만 몰려가는 것이고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데도 달러가 강한 이유가 됐다. 경기지표가 자체가 좋으면 이머징 마켓이 주목을 받아야 되는데 미국지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좋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좋으니 돈이 미국으로만 몰려가는 것이다. 우리 시장에 디커플링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으로 설명이 된다.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버냉키 의장이 여러 차례 의회 증언에서 역설했고 그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미국 랠리를 이끈 요소 중 하나가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부분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예치한 자금이 굉장히 많고 이것을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이 1조 달러가 넘는다.
이런 돈이 외국에 있다가 미국시장으로 오면서 달러로 환전이 되니 달러 강세가 강해지는 것이고 돈의 힘으로 밀려 올라갔던 주가가 지금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부분이 펀더멘탈적으로도 용인을 받고 있다.
최근 엘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에 있었던 비이성적 과열과 비교해보면 지금 주식시장은 과매수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펀더멘탈에 대한 부분도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것이다. 달러에 대한 대체재로 인식되고 있던 금의 약세도 재확인이 되는 것이고 달러에 투자하면 좋겠다는 것이 재확인되니까 주식도 튼튼해지고 나아가 채권, 부동산으로도 자금이 들어가는 선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국채 투자동향을 보면 중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굉장히 많이 샀다. 이런 부분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주식시장도 그것을 바탕으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어제 역외환율은 1115원을 돌파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원화가 싸졌으니 이후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자금이 들어오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제 투자자금의 횡보는 굉장히 냉정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어느 나라에 투자했을 때 가장 효율적일지를 따진다. 우리나라가 디커플링, 커플링이라는 말을 쓰기 전에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장점들이 외국인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엔저가 한창 화두일 때는 일본 기업에 밀려 우리나라 기업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지금은 환율이 상승하면서 그런 우려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수출지표상으로 보면 엔저에 대한 공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다. 그런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넘치는 유동성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면 미국시장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이머징 마켓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일본중앙은행이나 경제부처들은 한 목소리로 엔화 약세를 외치고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제서야 겨우 10조 원 규모의 추경을 만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아직도 경제, 금융 관련 장관들의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지난주 한국은행의 금통위에서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핀트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국제금융 현실이나 국내의 여러 가지 현실들과 괴리된 이야기가 나오니 새롭게 출발하고 스타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처럼 치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이웃 나라와 비슷한 정도의 양적완화, 부양적인 조치가 나와야 이런 모멘텀을 가지고 정책에서 밀어줄 수 있다. 대외 여건이 안정되는 것과 맞춰 자금 흐름 측면에서는 수급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