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1부 - 집중분석
교보증권 김형렬 > 지난 3월 초까지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2000선 아래를 밑돌고 있다. 1월 장세의 가장 큰 이유였던 외국인 매도, 환율적인 스트레스가 다시 한 번 시장에 영향을 준다. 달러를 기준으로 원화의 가치가 1100원을 상회하는 모습이고 엔화의 약세 정도가 다시금 강화되는 느낌이다. 엔달러환율이 96엔선을 다시금 돌파하면서 전반적인 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현재 시장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주 요인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슈로는 원화 강세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1분기 실적 기대감을 가져볼 만한 시기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코스닥시장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이 경직되고 정체되다 보니 단기 재료를 보유한 개별주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 최근 장세의 특징이다.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경기부양 강도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가 차이를 나타낸다. 기존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통화정책을 쓸 때는 당연히 신흥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미 이런 효과 등을 수년 동안 신흥국 증시는 경험해왔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매력이 시장에서는 부각된다.
또 과거에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이에 대한 보완적인 성격이 금, 상품, 신흥국 투자 등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최근 화폐가치의 하락에 대한 보완적인 성격을 선진국 증시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주식시장, 유럽 주식시장, 일본 주식시장은 상당히 분위기가 좋은 반면 신흥국 증시는 모멘텀 측면으로 좋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신흥국 증시도 선진국 증시와 흐름을 같이 가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방향과 유동성 정책에 대한 커플링 상황이 나타나야만 주식시장의 매력도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
절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고 유동성 효과 측면이 주식을 부양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모습 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상 최고치가 나왔으니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고 해서 이 환경이 과거와 똑같다고 볼 수 없다.
다우지수를 기준으로 14000선에 육박했던 시기가 지난 2007년 10월이다.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지만 당시의 경제환경과 구성종목의 변화 등에 분명히 차이가 있다. 현재 다우지수의 지난 10여 년 기간의 움직임을 보면 2007년 10월의 고점을 지금 넘어서고 있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최근의 상황에 대해 걱정스럽다, 과열이 아니냐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다우지수가 지난 2007년 10월 수준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인데 다우 구성종목에 대한 시총 변화를 점검해보면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수 수준은 5년 전으로 돌아가는데 시총의 가장 큰 변화는 기초 소비재 관련주의 주가 성장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홈데포나 디즈니, 맥도날드, 월마트 등과 같은 종목들은 지난 5년 동안 시가총액이 30% 이상 늘어났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 기초소비재에 대한 강세의 배경은 선진국 경제가 정체된 기간 동안 신흥국 경제는 계속 팽창하고 있고 이에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에너지 관련주나 하드웨어 관련주,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알코아나 휴렛팩커드, GE, 인텔 같은 주식들은 지난 5년 전과 비교해 주식의 시가총액이 30% 정도 감소한 상태다. 이런 하드웨어 관련주나 에너지 관련주가 글로벌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정상화된다면 현재 다우지수가 14000을 넘어섰다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기 보다 상승에 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적완화라는 유동성 효과 측면으로 보기 보다 현재 글로벌경제의 패러다임과 무게중심의 축의 변화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면서 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는 애증의 관계이다 보니 이번 아베 정부의 부양 정책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심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주식시장의 반응은 일본도 지금과 같은 통화정책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아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글로벌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증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반면 지난해 10월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40조 원 넘게 산 상황이다. 이는 매크로 측면의 변화도 있다. 단순히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이 양적완화와 엔저 정책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소비세 인상과 같은 내수경기의 진작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수출이 전체 경기에서 미치는 기여도가 크지 않다. 따라서 환율적인 정책보다 내부적인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이런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물론 일본경제가 신흥국처럼 3%, 4%로 성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심어줄 수 있다면 현재로서는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과 매크로적인 측면의 개선 가능성도 잠재되어 있으며 긍정적인 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다고 본다. 현재 우리 기준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은 금리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강력한 부양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인하를 기대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시장 밸류에이션 중에서는 당연히 한국증시가 매력적이다. 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깎아먹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금리의 격차다. 이런 점에서 다소 적극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행의 판단이 우리 경제를 믿는다는 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임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경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지켜볼 부분이 있다. 대형주들의 주가 움직임이 당분간은 무겁게 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금리 격차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선진국 금리는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채권시장이 과열 단계이고 상대적으로 주식이 매력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지금은 주식보다 채권시장이 매력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을 종합할 때 당분간 개별주와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코스닥 지수도 550선에서 항상 되밀리니 시장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종목들을 압축해서 보면 상당히 우량 종목들이 많다. 지난해 코스닥 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11년과 비교했을 때 20% 정도 감소했다. 그런데 코스닥 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114개 종목에 대해 놓고 보면 작년에도 이익이 늘어났고 2013년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코스닥에서 투자하라는 것은 무조건 주가가 바닥권에 있고 싸 보이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보다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고 실제 기업 이익에 대한 숫자가 확인되는 종목을 압축해서 고려했을 때 위험에 대한 부담률이 크지 않다. 우리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행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종목 장세가 좋겠다. 전반적으로 코스피에 대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됐을 때 자연스럽게 대형주를 리밸런싱하는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