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 '차이나머니 돌풍' 계속될까?

입력 2013-03-13 17:34
수정 2013-03-13 18:36
<앵커>

연초 원화 강세와 뱅가드 매물 여파로 한국 증시를 떠나는 듯했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계 자금이 매수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차이나 머니의 돌풍,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기자>

한국 주식시장에 중국계 자금 유입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국내 주식은 총 1조5천여억원. 이 중 국가별 1위는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2월 한 달간 중국이 한국 증시에서 사들인 규모는 무려 1조 2천억원으로 4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사상 최초로 월 순매수 1조원도 돌파했습니다.

우리 증시의 대표적 외국계 자금으로 꼽히는 미국계와 영국계의 자금유출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인터뷰>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시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위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최근 중국의 금융정책 중 가장 큰 화두는 '저우주취'(走出去), '해외로 나가자'란 뜻이다. 새 정권 들어서 2~3년 간은 해외투자 확대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보이는 중국 내 적격기관투자자(QDII)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현재 QDII펀드에서 한국의 비중은 홍콩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에서 중장기적으로 QDII 허용 규모를 시총 5%까지 확대한다면 추가적으로 13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이 가능합니다.

일부에서는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미 국채에 집중돼있던 투자자산을 다변화하는 데 따른 수순으로도 풀이했습니다.

한국증시의 신흥 세력으로 등장한 차이나 머니. 업계에서는 중국계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앵커1>

그 동안 우리 증시에 외국인이라고 하면 미국과 유럽계가 대표적이었는데, 중국이란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는 것은 '투자주체 다양화' 차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신흥세력의 힘이 얼마나 커질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스튜디오에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조연 기자. 중국계 자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지는 힘이 어느정도 인가요?

<기자>

쉽게 보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이른바 G2의 한 축으로 불리지만,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낮습니다.

한국 경우만 봐도 증시의 30%를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데, 전체 외투중 미국계 자금이 약 40%, 유럽계 자금이 3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비중은 아직 2%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급속히 유입된 자금 3조원을 포함해도 8조원, 1.9% 수준인데요.

물론, 선진금융을 가진 미국과 제조업 위주로 실물경제와 달리 금융업, 특히 해외 투자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중국을 단순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가지고 있는 자금의 규모로만 평가하자면 우리 증시의 방향성도 주도할 만한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단발적으로 매수세를 보였던 중국계 자금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기간도 길고 매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해 매우 크다 보니, 과연 이런 흐름이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앵커2>

그렇다면 왜 과거 중국에게 한국 주식시장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었나요?

새 정부의 정책이나 투자 트렌드에 어떤 변화가 그간 있었던 것입니까?

<기자>

먼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 개방과 함께 점차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데요.

현재 중국에서는 새 정부의 첫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요.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첸 데밍 중국 상무부 장관

"경제 개혁의 포커스는 구조조정과 성장에 대한 분위기를 바꾸는데 있다. 우리는 경제 한 축을 맞고 있는 수출 구조뿐 아니라 해외 직접투자와 중국인의 해외투자에 대해서도 조정이 필요하다."

궈수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은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 투자자 한도(QFII)에 대해 "필요하다면 늘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QFII 한도는 이미 지난 11월에도 2천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35조원 넘게 확대된 바 있는데요.

외국인들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QFII의 변화는, 반대로 중국인들이 외국에 투자할 수 있는 QDII의 한도 또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합니다.

또 중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계획도 주목할 만 한데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 3조3천억달러로, 세계 1위인 만큼 합리적인 운용이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포트폴리오를 보면 중국의 국부펀드, CIC의 경우 주식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했고, 상당수가 채권인 가운데 이 중에서도 미국 채권이 4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생겼죠.

경상수지가 이어지고, 해외투자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중국으로선 인플레이션,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서는 돈을 해외로 빼주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금융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위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3>

자, 이제는 '차이나 머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QDII, CIC 등을 얘기했는데, 정확하게 이번 중국계 자금의 출처는 어딘지, 또 투자 성향은 어떤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중국의 해외 투자 주체는 셋으로 나뉩니다.

먼저 인민은행,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은행 산하의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있고, 중국투자공사(CIC) 등 국부펀드와 적격내국인기관투자자(QDII)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자본은 주식형 자본이란 측면에서 CIC나 QDII펀드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합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

"CIC포트폴리오를 보면 상당수가 채권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의 채권이 많이 불안하고 금리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펀드 자금의 흐름을 보더라도 채권에서 주식형으로 가고 있고,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량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터뷰>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한국에 들어오는 자본은 주식형 자본이란 측면에서 CIC나 QDII펀드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CIC의 경우 한국투자 예정되어 있었는데, CIO가 바뀌면서 취소된 적이 있었다. 단기적 봤을 때 CIC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QDII펀드가 신규로 한국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CIC가 선제적으로 한국 투자를 늘렸거나, QDII펀드의 한국 비중 확대, 또는 새로운 QDII펀드의 출현까지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취재하면서 보니 업계 어느 누구도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가려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의 특성상 정보 접근에 대한 한계가 있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만한 QDII펀드의 분기 보고서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달 말 또는 4월 초에 나올 것이란 전망인데요.

또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계 자금이 한국 브로커를 이용하지 않은 채 대부분 홍콩, 또는 대만 브로커 등을 사용해 돌아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홍콩에 있는 브로커에게 취재를 해봤는데,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오퍼도 지난 연말부터 높아지는 추세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4>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린다고 한다면, 그 중에서도 왜 한국을 택했는지 궁금합니다. 관심을 갖고 있는 업종이라든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가까운 만큼 이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중국과 많이 비슷하죠. 중국이 우리를 따라온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많이 진출해 있다는 것도 투자를 결정할 때 영향 미쳤습니다.

실제로 중국 펀드들이 미국이나 홍콩에 투자해 온 사례들은 대부분 미국에 나가있는 또는 홍콩에 있는 중국 기업들에 투자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인데요.

중국의 경기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다라는 측면이 있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오리온과 같은 중국 시장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내수재, 소비재를 위주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 세계 증시와 우리 증시가 디커플링을 보이던 모습도 부각됐습니다.

<인터뷰>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글로벌 증시 가운데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크게 상승하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여기다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이 봤을 때 국내 증시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거기다 환차익을 얻을 가능성까지 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 증시가 다소 박스장세를 지지부진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갖고 있는 펀더멘털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 상승의 여력이 있다고 중국 투자자 또한 분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증시가 규모에 비해 현금 인출이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5>

앞서 이야기 나눈 것들은 끝내 차이나 머니의 돌풍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것 아닐까 싶은데요.

중국계 자금의 꾸준한 유입, 향후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인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장기적으로 중국계 자금은 점점 더 우리 증시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물론 지난달처럼 한 달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깜짝 등장하는 것은 계속적으로 이어지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단발적인 이벤트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고 또 나아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게 해외 투자는 꼭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앵커6>

마지막으로 중국계 자금의 유입, 지금까지 순기능 위주로 살펴봤습니다만, 분명히 역기능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총평을 한 번 내려볼까요?

<기자>

우리나라 주식 전체 중 30%가 외국인이 갖고 있고, 또 이 중 절반 이상이 영미계 자금이라는 점에서 중국계 자금의 등장은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영국계 자금은 유출입이 빈번해 한국 증시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미국계 자금은 우리나라 주식 비중을 쉽사리 늘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국면에서 새로운 자금원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는데요.

다만 현재 우리의 실물 경제가 중국과 굉장히 밀접해 있는데, 금융시장에서 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향후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한편에서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금융과 실물 경제 모두 중국 경기의 흐름이나 정부의 정책 판단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요.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앞서가는 걱정인 것 같고요.

아직까지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