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지금세계는] 英 경제 '트리플 딥' 우려

입력 2013-03-12 07:34
굿모닝 투자의 아침 1부-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경제적 측면에서 더블 딥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트리플 딥이라는 용어는 2011년 루비니 교수가 사용했다. 당시 미국이 더블 딥이 아니라 트리플 딥에 빠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때의 트리플 딥이라면 경기순환 사이클에서 경기의 낮은 점이 3개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경기의 저점 2개가 형성되면 장기 불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트리플 딥이라면 더 침체기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상당히 화두가 됐던 용어다. 그만큼 경기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무서운 용어다.



최근 트리플 딥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가 되는 것이 영국경제다. 제1저점이 위기 직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이후 성장세가 다소 플러스로 돌아서다가 다시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던 2011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이 열렀던 지난해 8월 전후로 영국경제가 플러스로 돌아서다가 세 번째 저점이 형성된 것이 작년 4분기다.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했었다. 이를 그래프로 그리면 경기가 낮은 점이 3개가 형성된다. 트리플 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해 국제적으로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는 용어다.



경기를 판단하는 시각에 있어 분기 성장률은 2분기 연속 경기상황이 지속되어야 경기가 회복되는지, 침체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왜 경기가 트리플 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할까. 세 번째 저점은 한 분기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봐야 알 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에서는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빠지면 경기의 침체 국면에 있다고 본다. 1분기만 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침체 우려, 트리플 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영국경제 성장률이 가장 관심이 되고 있다.



부가가치와 관련된 1, 2월 영국의 지표가 마이너스 성장세에 빠질 우려가 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빠지면 세계경제 입장에서 전례가 없는 트리플딥에 빠지는 전형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트리플 딥이 어렵고 힘들고 불명예스러운 용어라면 영국의 경제각료들은 불명예를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당히 다급해진 것이 영국의 정책 당국자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가장 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평가받는 국가는 캐나다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위기 극복에 적절히 잘 대처했다. 이 사람은 전통적으로 자기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이 7월부터 영란은행 총재로 다른 국가의 사람을 모시는 것은 영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보면 파운드화의 투기 세력이 아주 공격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크 카니가 차기 영란은행 총재를 하면 지금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식, 아베식 자산매입 정책을 통해 엔저를 유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운드화의 약세를 도모할 것이다. 투기세력들은 당연하게 파운드화 약세를 겨냥해 지금부터 투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영국 경제 관련해 상당히 화두가 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이것이 1990년대 영국의 파운드화를 놓고 조지 소로스가 상당히 투기를 해 국제적으로 위기를 발생시켰던 ERM, 유럽환율조정체계와 관련해 상당히 약점을 파고 들어 국제사회에서 유럽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과 달리 환율적인 측면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영국경제와 함께 영국의 정책, 투기 세력들의 영국 파운드화 관련된 움직임 등이 다시 한 번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부분이 좋지 않다. 부동산이 좋지 않아도 너무 안 좋으니 세계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이 좋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유럽, 북유럽 모두 좋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부동산 침체 상황이 절대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게 보인다. 증시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보이는 것은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한국경제가 상당히 안 좋다고 언급했다. 6분기 연속 전기비 기준으로 0% 성장이다. 이는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집값, 주가, 경기가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디커플링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디커플링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 디커플링은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권역 대 경제권역이 같이 가는 커플링 현상, 달리 가는 디커플링 현상에서 경제 권역과 경제 권역의 문제다. 그러나 이번의 디커플링 현상은 부동산, 주식, 경기 모두 선진국과 신흥국이 같이 간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디커플링이 아니라 외톨이 현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나라만 그렇다.



경기적 측면에서 1990년대 아시아 4개의 용이라고 했던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의 성장세는 3% 내외로 안정적이다. 또 1인당 GDP가 2만 2000달러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4~5%는 유지해야 성장 탄력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전년 동기비 기준 1%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부동산과 주가와 경제적 측면에서 외톨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지 1년 이상 됐다. 외국인 자금 동향이나 우리경제의 해외 지표에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도 지정학적 위험은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 너무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에 디커플링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 무엇이든 대책이 나오고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려면 그것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경미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중대한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 해외시각이나 신용등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일부 사람이 지금의 디커플링 현상이 북한 때문이며 대외환경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인과관계가 잘못되어 있으면 디커플링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경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그 자체는 남북한 분단되었을 때는 상당히 중대한 문제이지만 우리 증시나 경제에 외톨이 현상이 발생할 만큼 큰 영향은 아니다.



단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결부되어 있다. 단기적 요인은 정책 요인이다. 세계 각국들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가고 있다. 통화정책 관련해 세계 각국이 모두 양적완화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신흥국도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기준금리가 평균 4%p 정도 떨어진 상태다. 상당히 금리인하 폭이 적었다.



재정정책도 너무 건전화다. 재정의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화란 정책도 글로벌화되어야 한다. 특히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입장에서는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



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가 빨리 진전된다거나 지난 10년, 현 정부 이전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너무 기업을 규제하다 보니 기업의 잠재성장률에 직결되는 설비투자가 많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자본 자체가 노쇠화되어 자본의 한계선상에서 떨어지는 측면이 있고 여기에 새로운 자본으로 설비투자를 해 경제 연령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문제가 결부되어 단기적으로 정책 대응의 부재, 두 번째는 구조적으로 인구 구조의 고령화, 기업의 설비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는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경제의 연령 노쇠화되고 있다. 지금처럼 대외환경에 의존할 때는 세계가 경기나 부동산과 증시를 볼 때 우리 대외환경이 좋으면 가장 선순환 효과가 많이 나타난다.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만 외톨이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제 현오석 부총리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지금의 경기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는 최고책임자가 처음으로 한국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언급한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작년에도 경기가 계속해서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라는 사람이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다. 1분기에도 그랬고 작년 3분기에도 그랬으며 4분기에도 그랬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희망을 던져준다고 해도 정확한 경기 상황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던져줘야 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더 곪아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진단한 것으로 봤다.



그리고 대책적인 측면에서도 추경 편성에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정책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언급한 것으로 본다. 부동산도 부양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으로 추진했던, 한국 국민들을 어렵게 했던 부분에 대해 늦었지만 희망을 준다.



그리고 기업을 북돋는 기업규제 완화나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세제 강화 등을 두들겨 패지 말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증진시켜 한편으로는 잠재적 기반을 확충하고 두 번째는 경제 연령의 조로화를 막아 경제 연령을 젊게 하는 대책을 추가적으로 보완할 경우 지금 한국경제의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재테크 차원에서 해외 증시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해도 국내 부분에 있어서는 안정형으로 가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