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12편. 댁의 자녀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까?
얼마 전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되새겨 보며 칼럼을 써내려 갔다. 이전 파트너 교사와 함께 그 칼럼에 대해 이야기 하며 우리가 아이들을 통해 또 얼마나 세상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 칼럼 에서 한국 나이로 6살, 7살 아이들의 교사 경험을 다뤘다면, 이제 조금 어린 연령을 만난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어린이집 교사의 업무
유치원 교사 경험이 있는 나에게 있어서 어린이집 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약간의 문화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기관의 전반적인 문화가 뭔가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부모들 중엔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수업 시간에 전화를 해 수시로 아이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갓 난 동생을 데리고 들어와 놀이를 함께 하는 할머님도 계셨다. 어떤 분은 사전 연락 없이 갑작스레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이제 아이를 데려가야 하니 준비를 시켜달라고 하는 분도 계셨다. 나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경험들은 너무 신선했다. 어린이집이란 곳은 부모가 처음으로 기관에 아이를 보내면서 걱정 근심도 많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어찌 보면, 유치원 교사보다 정말 훨씬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전, 이유기에 접어든 어린 딸을 가진 고등학교 동창과 전화 통화를 하는 와중에 친구가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내가 너무 심오한 차원으로 어린이집 교사의 업무를 이야기 하자 약간 당황해 하면서도 나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난 내가 전공자들끼리 해야 하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구나 라고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영아기는 기억에는 남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의 무의식에 남기 때문에 이 시기의 경험은 무척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조건 아이들 편을 들어주고 아이가 하자는 곳이 좋은 기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가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으로는 잘못된 방식으로 아이를 대해 뉴스에 보도 되는 어린이집 교사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어린이를 만나는 직업은 좋은 성품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교사에겐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영아라는 한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강한 신념이 필요하다. 그것이 비 전문가들이 보았을 때 아이들의 기저귀를 가는 것이며, 아이들이 서로 때리고 싸울 때 잘 달래야 하는 일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정보를 검색해 보면,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짧게는 한 달 만에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자격증을 위해 개설된 코스들만 보면, 이 일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잡무나 수업준비를 할 시간이 거의 없을 뿐더러, 자신이 헤이하게 일을 해야지 라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쉬는 시간도 쉽게 가질 수 없다. 또한,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어린이집의 특성상 방학이나 왠만한 휴가도 없이 심신의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업무를 지속해야 한다. 말하자면, 직업의 접근성은 용이하나 직업의 근속성은 매우 낮은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달 교육을 통해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가며 케어와 교육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성인일 지라도 한 개인에게 있어서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직업을 선택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세심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부모나 아이들뿐 아니라 그 직업을 갖는 그 개인에게도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부모 그리고 교사가 한 사회의 개인으로서 그리고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교사 양성과정이 도입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