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 조기종료 논쟁으로 불거진 '출구전략'…방향은?

입력 2013-03-04 08:55
수정 2013-03-04 15:15
올해 1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의사록에서 양적완화 조기종료 논쟁이 재확인되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이 논쟁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버냉키 Fed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월가에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적완화 조기종료 문제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에 도입됐던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 운용방식 때문이다. Fed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이 정책을 운용할 때 기준금리 변경은 고용과 연계시켰지만 양적완화는 연계시키지 않았다. 경기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미 각국은 출구전략을 추진해 왔다.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환수와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했던 국가로 호주, 이스라엘 등이 대표적이다. 정도 차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기준금리 동결, 양적완화 중단과 같은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했거나 이행 중에 있다.







Fed의 양적완화 종료논쟁을 계기로 재부상할 출구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월가에서 권한다. 많이 알려진 데로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대책’으로 이해된다면 위기 이후 추진했던 각국의 대책들이 모두 출구전략에 해당한다. 출구전략을 ‘위기 이후 상황을 겨냥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그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자대로 개념을 정립한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추진하는 시기는 구별된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빅 스텝’ 금리인하, 양적완화 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대책이 워낙 강도가 있었던 만큼 상황이 닥쳐서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한다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 경기회복의 ‘싹이 돋는 단계(green shoots)’에서 한 나라 경제의 거름에 해당하는 돈을 거둬들일 겨우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했던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마련된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추진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택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경우도 인플레와 자산부문의 거품이 우려될 때이다.



앞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급진적인 정책에 해당한다. 경제주체들이 처한 개개의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금융위기 이후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는 곳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는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배경에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각국이 처한 여건과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계별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우선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 등과 같은 위기 대책과 관계없이 출구전략을 빨리 가져가게 할 수 있는 착시적인 여건부터 걷어낼 것을 권한다.







그 후 계속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에 거품이 우려된다면 이 단계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이나 ‘리버스 오퍼레이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공개시장 조작을 할 때 장기채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내려 기업의 설비투자 증대 등을 통한 실물경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나가돼, 그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단기채를 매도해 흡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 때가서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을 권한다. 이때도 미국처럼 한 나라의 금리체계가 잘 잡혀 있는 국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중국처럼 은행 위주의 금융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보고 있다.



양적완화 조기종료 논쟁을 계기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출구전략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가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감(感)을 잡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출구전략은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본질은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만 출구전략도 지속 기능한 경기회복 기반을 마련하는데 본래 목적이 있다.



그런 만큼 양적완화(QE) 조기 종료 논쟁이 재확인되면서 세계 증시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종료설은 몇 가지 오류가 있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출구전략이 정책수단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정책을 말한다면 경기 뿐만 아니라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있다.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라 한다면 가용자금 차원의 개념이다. 증시가용자금은 정책요인과 시장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실물경제와 증시에 다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린 상당규모의 자금이 퇴장되거나 부동화된다. 우리만 하더라도 부동자금이 666조원에 달한다.







출구전략을 추진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면 설령 정책적으로 유동성이 흡수된다 하더라도 퇴장되거나 부동화됐던 자금들의 기회비용이 늘어 증시와 실물경제에 유입되게 된다. 이 경우 증시가용자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이전에는 증시가용자금은 더 늘어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경제와 증시활력지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시활력지표로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를 꼽는다. 통화유통 속도란 일정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유통 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돼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나라의 돈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 승수다.통화 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high-powered money·고성능 화폐)로 나눈 수치다. 통화 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올 들어 소득대비 총통화로 각국의 통화유동속도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면 우리와 남유럽 재정위기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국의 회복속도가 빠르다. 또 하나의 증시활력지표인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 가능금액)도 금융위기 직후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으나 이제는 10배 내외로 높아지고 있다.



‘쩐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글로벌 머니 게임 차원에서 개별국가의 자금규모를 읽을 필요가 있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환금성을 크게 고려치 않고 있다. 그 대신 수익성과 안정성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중시한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선진국들은 신흥국들보다 더 안전하다고 인식됐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들은 높은 수익을 쫓아 잉여자금은 펀드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에는 금리차를 이용한 캐리자금 형태로 개도국에 유입된다. 반대로 개도국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위기가 연속되면서 국제간 자금흐름의 메커니즘이 크게 흐트러졌다. 가장 눈에 띠는 현상은 한국 등 선진 신흥국들은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개도국의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다. 선진 신흥국에 속하는 국가들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자국통화 절상폭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출구전략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가장 늦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금리인상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필요하다. 단순히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냐 ‘긴축’이냐는 적정금리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특정국의 적정금리를 파악하는 방법은 ‘피셔 공식’과 정책목적을 감안하는 ‘테일러 준칙’ 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 적정금리는 약 3.5% 내외로 현재 기준금리가 2.75%인 점을 감안하면 올 2월 금리동결 조치 이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경기와 증시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유동성 장세가 지속돼온 점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이 언제 추진되느냐 투자자들에게는 관심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구전략 추진이 곧바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어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달러 강세에 따라 환율전쟁이 누그러지면 주가 상승에는 도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