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 사령탑에 발탁된 현오석 내정자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각별한 인연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조합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 내정자가 수장으로 있던 KDI와 한국은행은 물가와 기준금리 관련 정책을 두고 여러 차례 의견이 충돌된 바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KDI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김중수 총재는 "본인들이 아는 만큼 썼을 것"이라며 뼈있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현오석·김중수 각별한 인연‥경제정책 조율 기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여러 가지로 닮았습니다.
두 사람은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인데다, 미국 유펜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걸어왔던 발자취도 흡사합니다.
현 내정자가 김중수 총재를 따라가는 모양새로, 두 사람 모두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KDI 원장을 맡았고, 국제적인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당국의 양 수장이 각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 총재, KDI 평가 절하‥위상 위축
그러나 현오석 내정자가 경제수장을 맡게 돼,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김 총재가 KDI를 평가절하하며 위상을 위축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11월, KDI는 하반기 경제전망 내에 '정책금리 결정행태 분석과 통화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최소 4%는 돼야 한다"며 금리정상화 실기론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KDI의 주장은 다음 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김 총재는 "과거 3년간 KDI 원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 조직에 대해 얘기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운을 뗐으나 "본인들이 아는 만큼 썼을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어 김 총재는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아마 젊은 사람이 썼을 것 같다"며 "남이 쓴 보고서를 폄훼할 의향은 없지만 보고서란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쓰는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알고도 그렇게 쓸까 굉장히 궁금한데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총재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11대 KDI 원장을 지냈습니다.
계속된 기준금리 관련 정책 충돌
KDI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관련 제언은 지난해에도 이어졌습니다.
2012년 11월말, KDI는 정책권고에서 재정 투입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제언했습니다.
금리 인하는 안팎의 금리차에 따른 외국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까지 우려한 주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하며 넉 달째 금리를 묶었습니다.
김중수, 현오석 코드 맞출까?
이처럼 기준금리 관련 정책을 두고 KDI와 한국은행의 의견 충돌이 계속돼, 두 수장이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조율하느냐가 한국경제의 수많은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3월 금통위에서 김중수 총재가 경제부총리에 발탁된 현오석 내정자의 코드에 맞출지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중수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보완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 조합이라는 것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와 서로 협의를 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발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오석 내정자와 코드를 맞출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정책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계속돼 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재정확대는 이미 시작됐지만, 정책공조 발언 뒤에도 계속 금리는 동결됐습니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부담감과 정책공조의 필요성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 속에서 두 수장 간에 정책조율이 제대로 안 된다면, 위력을 발휘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