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학생 눈에 비친 '차가운 금융'의 단상

입력 2013-02-18 16:55
수정 2013-02-18 17:01
은행 사회공헌 오디션인 '슈퍼스타F' 현장.



첫번째 참가자로 하마 의상을 입은 '하마은행'이 등장했다. 하마은행은 자신있게 "저희는 하마은행사회공헌서비스, 하마다문화센터, 하마고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하마은행의 사회공헌에 흡족해했다.



다음 참가자는 '신난은행'. 신난은행은 "저희는 신난미소금융재단, 신난은행 봉사단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신난은행의 사회공헌에도 매우 흡족해했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에게 수백장에 이르는 엄청난 서류뭉치가 주어졌다. 고객이 대출항목에 대해 묻자 이해 못해도 그냥 싸인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작성항목 중에 왜 학력을 적어야 되냐고 물으니 학력에 따라 금리가 다르다고 한다. 금리가 비싸다고 하니 은행텔러는 카드를 발급하면 금리를 조금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또 예금을 들면 금리가 내려간다며 다른 구속성 상품을 계속 권유했다.



금융감독원 주최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IBK기업은행 충주연수원에서 진행된 '대학생 금융캠프'에서는 '대학생 금융 콘테스트'가 열렸다. 주제는 '위기를 넘어 따뜻한 금융을 향해'였다. 위의 내용으로 콘테스트에 참가한 부산대학교 '신난하마'팀은 최고상인 '금융감독원장상'을 받았다. '신난하마'팀은 "은행의 사회공헌 뒤에는 꺾기와 고객차별 등이 있었다"며 "진정한 사회공헌은 금융약자 존중과 배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던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비올때 우산 뺏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준희 행장은 "은행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저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직원들에게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눈에 비친 금융회사는 겉으로는 '따뜻한 금융', 속으로는 '차가운 금융'의 모습이었다. 은행들은 사회공헌활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기외면', '설명부족', '학력차별', '꺾기',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얼룩져 있었다. 콘테스트에서 숭실대학교 '파이낸슈'팀은 중소기업은 대출받기 힘든 현실을 풍자했고, 전남대학교 '금융예비군'팀은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잘 설명해주지 않고 상품 권유만 해 정보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화여자대학교 팀은 대출서류 위조를 다뤘으며, 저축은행 사태 역시 주제로 다뤄졌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구속성 금융상품, 일명 '꺾기' 영업을 하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된 하나은행, '학력차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신한은행, 1천건에 이르는 집단대출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던 국민은행 등. 대학생들은 은행들의 이러한 '차가운 금융'의 단상을 기억하며 콘테스트에 빠짐없이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금융회사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가슴 속은 '따뜻한 금융'에 대한 의지로 가득차 있었다는 점이다. 참가 학생들은 콘테스트에서 과감하게 금융회사들의 '차가운 금융'을 비판했고,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부실도 꼬집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따뜻한 금융'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캠퍼스 금융토크를 1년 넘게 해오며 이러한 금융인재를 양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권혁세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금융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캠퍼스 금융토크와 금융캠프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의 핵심은 '사람'이다. 해킹 등으로부터 고객의 돈을 지키기 위해 시스템 등도 잘 구축해야 하겠지만 결국 고객을 접하고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건 금융회사 직원, 즉 사람이다. '따뜻한 금융'을 가슴으로 실천하는 금융인재들이 늘어나야, 말로만 '따뜻한 금융'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금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