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이후 외국인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이 한국시장에서의 순매수 규모의 3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후 일본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액을 한화로 환산하면 41조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는 1조원을 겨우 넘겼다.
작년 1월부터 9월말까지 외국인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2조4천90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작년 9월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엔화 약세가 본격화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작년 1월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38조6천430억원으로 급증했다. 외국인이 작년 10월부터 넉 달 동안 무려 41조1천33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이다.
4개월간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1조1천58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일본에서 한국의 36배 규모를 순매수한 셈이다.
초저금리 기조에다 엔화를 무제한 방출하는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이 엔저 정책을 노골적으로 집행하면서 현재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95엔대를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국보다 일본 시장의 매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환율 요인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쳐 수출 여건이 악화된 한국에 비해 일본 주식의 투자 매력은 더 부각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긴축 완화에 소극적이지만 일본은 강경한 경기부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외면하고 일본 주식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외국인의 한국ㆍ일본 양국 누적 순매수 추이를 보면 '아베노믹스'에 따른 외국인의 대응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작년 여름까지 외국인은 한국 주식 순매수를 늘리고 일본에서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작년 4월말 기준 외국인의 일본 주식 누적 순매수는 18조4천587억원 규모였으나 9월말 2조4천904억원어치 순매도로 전환될 만큼 일본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강했다.
9월말 기준 한국 주식 누적 순매수 규모는 16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양국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외국인의 일본 주식 대거 매수가 진행됐고 작년 12월 14일 일본 주식 누적 순매수 규모가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를 추월했다. 이후 한국 주식 순매수액은 횡보했고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수직 상승했다.
외국인의 자금 이동은 양국의 증시 흐름으로 연결됐다. 최근 일본 증시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국과 동떨어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대지진 이후 나타난 한국과 일본의 주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한국과 일본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떠나 환율효과는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