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싼 디지털 음원 가격이 K팝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일서 KBS 라디오 PD는 10일 성공회대 대학원 석사 논문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진출 현황과 과제에 관한 연구'에서 "지나치게 싼 음원 가격과 함께 창작 과정에 별다른 공헌이 없는 유통사가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현행 구조는 창작자의 사기를 꺾고 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노래 한 곡을 내려받는 데 드는 비용은 약 600원으로, 애플 아이튠스의 국가별 곡당 다운로드 가격인 미국 99센트(1천80원), 영국 99펜스(1천690원), 일본 200엔(2천360원)의 3분의 1 안팎 수준이다. 곡당 최저 다운로드 가격은 차이가 훨씬 심하다. 한국은 63원이지만 미국 791원, 영국 1천64원, 캐나다 804원이다.
판매수익 배분 구조도 저작권자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애플은 음원 판매수익의 70%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통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35%, 다운로드의 40%, 모바일의 25%만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한다.
논문은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거둔 수익을 예로 들어 국내 온라인 음원 수입 구조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 올라간 작년 7월부터 3개월간 싸이가 전 세계에서 거둔 수익은 100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음원 수입으로 얻은 저작권료 수입은 3천6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 PD는 "현재 국내 대중음악계는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장르가 고사 직전"이라면서 "이런 극단적인 쏠림 현상은 곧 K팝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체질 개선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