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원순 시장 '떠넘기기' 논란

입력 2013-02-05 15:50
수정 2013-02-05 16:35
-서울시 문제사업 '오세훈 前시장' 탓



-서울시 부채, 'SH공사'가 책임져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떠넘기기'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오세훈 전 시장의 주요 사업을 비판하는 '거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한강개발사업에 의한 자연성 영향 검토'라는 제목으로 백서를 발간했다.



세빛둥둥섬을 포함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백서를 요약하면 수생태계를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한 '전시성 사업'이란 설명이다.



두번째 거울프로젝트로 이미 지난해 12월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관련 백서를 내놓았다.



박 시장은 백서 발간사에서 "과거 서울시는 전시행정에 치중해 현실성 부족한 대형토목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했고 대표적인 게 바로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라고 밝혔다.



물론 과거 잘못된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시정에 반영한다는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 현안 문제를 과거에 얽매여 온전히 전임 시장 탓만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그동안 시정 비판에 적극적인 교수 및 전문가로만 평가단을 구성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일부에선 박 시장이 '전시 행정'을 통해 서울시장 재선을 위한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는 앞으로도 신청사 신축 등 전임 시장의 사업을 비판하는 백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부채 문제 역시 떠넘기기 논란이 일고 있다.



어제(4일) SH공사 이종수 사장이 취임 8개월 여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박원순 시장과 부채 감축 관련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 시장은 선거 당시 19조원의 부채를 임기 중 7조원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서울시 채무는 18조7212억원으로 전년보다 550억원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부채의 67.2%를 차지하는 SH공사 채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시 부채의 원흉을 SH공사로 몰아 산하기관 목을 죄는 게 효과적일 수 있을 거다.



박 시장은 올해 12조5천억원의 SH공사 부채를 9조5천억원으로 낮추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감안할 때 부채감축은 역부족이라 판단한 거다.



SH공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그 누가 사장으로 와도 풀 수 없는 문제"라고 호소한다.



박 시장은 이 사장의 사표를 반려했다고 하지만 시 안팎에선 중도하차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이 임기 8개월을 남겨두고 사임했다.



당시 서울메트로 구조조정 등을 둘러싸고 시와 마찰을 빚고 그만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상 첫 시민단체장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정에 대다수 박수를 보낸다.



허나 '잘한 일은 내 탓'으로, '잘못한 일은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 탓이오'라고 외친 김수환 추기경이 떠오르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