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파른 환율 하락과 뱅가드펀드 자금 유출 우려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뱅가드펀드 자금 유출이 시작된 정황을 포착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전날까지 1천17억원어치(체결일 기준)를 순매도했다. 이중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8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785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11일부터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해 17일까지 5거래일간 5천7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15일까지 695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 자금은 16일 2억원 순매도로 전환했고 17일 1천17억원으로 그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의 '팔자' 기류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작년 4분기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또 세계적인 ETF운용사인 뱅가드가 벤치마크 변경 과정에서 한국 주식을 내다팔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자금 유출 우려가 커졌다.
뱅가드는 운용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사용한 6개 펀드의 벤치마크를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뱅가드는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9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뱅가드가 국내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뱅가드쪽 자금으로 보이는 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유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뱅가드 자금 유출이 최근의 주가 하락을 좌우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뱅가드가 6~7월까지 매주 3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빼갈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국내 증시 순매도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함께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계속 떨어지던 달러당 원화 환율은 14일 전날보다 달러당 1.4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6일 1,058.7원이 될 때까지 사흘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순매도에 나선 때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외국인 관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자금 유출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17일까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3천834억원(결제기준)의 순매수를 보였다. 대체로 순매수를 보이다가 17일에는 주식처럼 88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작년 12월에는 주식 3조9천8억원, 채권 5조9천779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