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의 3국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가 미국이라는 '시소(seesaw) 타기'가 점입가경이다.
한중일 3국은 모두 최근 새 정권이 출범했거나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복지확대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보다 유연한 대북관계를 통해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역량을 모으는데 새 정부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내부적으로는 개혁,개방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맞는 위상을 각 분야에서 달성하기 위한 팽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칠대로 지친 일본은 보수정권을 앞세워 경제활성화와 '강한 일본'을 표방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세 나라 모두 정권 초기의 불안정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외부 보다는 내부 결속과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연히 외부적 안정의 열쇠는 동북아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지나친 간섭이나 요구를 피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3국 모두 '동병상련'이다.
오바마 2기가 출범하는 미국은 올초 가까스로 '재정절벽' 위기를 넘겼지만 정부부채 상한 확대를 주장하는 백악관과 민주당과 연초 오바마와의 수싸움에 밀린 공화당의 재격돌이 예정되어 있다. 자국내 정치적 경쟁이 가능하려면 막대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메워줄 대상이 절실하다. 유럽은 제 풀에 쓰러졌고 기대할 수 있는 상대는 당연히 한중일과 아시아 국가들 뿐이다. 중남미는 좌파정권이 똘똘 뭉쳐 반미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세 나라의 대응법은 각양각색이다.
한국은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어갈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주변 4강 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 특사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촉발된 환율전쟁을 비롯한 큰 판에서는 G20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국에 머무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이 엔화 약세를 요인하자 주력산업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 정부 고위관료와 한국은행 총재는 불쾌감과 함께 좌시하지 않겠다며 나름대로 '경고'에 나섰다.
아베 정권은 오랜 미일 관계의 경험을 살려 미국이 가려운 곳을 제일 먼저 긁어주며 나섰다. 엔화 약세를 통해 자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해외(미국국채) 투자를 통해 미국의 애로사항도 해결할 수 있는 절묘한(?) 묘수를 찾아내 밀어붙이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과의 영토분쟁과 기울어져가던 힘의 균형을 미국을 통해 맞출 수 있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오랜 경제적 우위를 활용해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다시 시작됐다.
중국은 뿔이 났다. 겉으로는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안화 절상, 인권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영토 문제 등 중국이 거론을 피하는 문제만 골라 미국은 치고 빠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15일 중국국부펀드인 CIC 회장은 미국국채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실제 실행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본과 달리 미국에 손을 내밀지 않은 셈이다. 3월 시진핑 정권이 공식 출범하면 미국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한중일 세 나라의 '미국' 시소타기는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외환시장을 통해 퍼즐 맞추기가 한창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은 한국의 스케줄이나 입장만을 고집할만한 처지가 아니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한강의 기적'도 이들 거인들과의 간극을 좁히는데는 여전히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미중일 3국의 시소타기 타이밍과 상황에 따라 균형을 맞추며 실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요동치는 동북아, 강대국 마저도 국운을 걸고 거대한 게임을 벌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은 시소를 어떻게 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