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글로벌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이미 새해 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주식시장으로 결국 자금이 이동할 것이냐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었다. 미국 재정절벽 회피협상이 일단락되면서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돈의 흐름이 국채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역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결국 수치로 입증되기 시작했다. 한 조사회사가 집계한 것을 보면 지난 9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의 주식, 펀드로 총 183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92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또 다른 조사회사인 EPF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주식, 펀드에 유입된 규모는 222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9월 이후 최대치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어쨌든 연초부터 글로벌 주식, 펀드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규모가 많다는 것을 떠나 그동안 빠져나가기만 했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해도 미국 주식, 뮤추얼 펀드에서는 무려 150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바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상승하는 이른바 허공의 질주를 거듭해왔고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의 강세장을 두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모두가 미워하는 랠리라고도 불렀다. 그렇지만 이제는 수급이 본격적으로 뒷받침할 조짐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났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도 그런 시각을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었던 대세 상승이 이제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객장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주식을 팔 때다'라는 격언과 같은 논리다. 이번과 비슷하게 엄청난 주식 자금이 유입됐던 시기는 지난 2007년 9월이었는데 실제로 글로벌증시는 정확하게 그때가 상투였다.
그렇지만 이번 자금 유입이 꼭 개미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기관 역시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모니터가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지난달 말일까지 4주 동안 미국 은행권의 저축 예금이 무려 2200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가장 큰 증가폭이다.
미국 은행들의 예금이 이렇게 급증하려면 이 기간 동안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거나 은행들이 증권을 대대적으로 매입해야만 하는데 최근 트렌드로 보면 후자, 그러니까 은행들이 연말 들어 주식과 관련된 증권을 대거 사들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러왔던 초대형 불확실성이 이제 사실상 소멸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먼저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7월 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 사수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결정적인 국면 전환을 이루어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말 그리스 국가채무에 대한 사실상의 탕감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유로존 불확실성은 소멸되기에 이르렀다. 남은 불확실성이 미국의 재정절벽이었는데 이 역시 연말, 연초에 해소됨에 따라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초대형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후로 지배해온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 투자 패러다임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고 초저금리에 기반한 수익률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