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으로 북한의 인터넷 환경이 주목받는 가운데 중국에서 때아닌 북한과의 인터넷 속도 비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최근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기사에서 북한을 방문한 외국 기자들을 인용, 현지 인터넷 속도가 중국보다 빠르다는 내용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타임의 기사는 북한에서 극히 제한된 소수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점 등 북한 인터넷 환경의 폐쇄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은 '중국 인터넷 속도가 북한보다 느리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슈미트 회장의 방북 소식과 함께 이를 대대적으로 전파했다. 이에 따라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한 때 '북한 인터넷 속도'가 인기 검색어로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에는 평소 중국 누리꾼들이 느끼는 자국의 느린 인터넷 속도에 대한 불만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자사 평양 특파원을 통해 일종의 반박기사를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평양 발 기사에서 "북한의 인터넷 속도는 정상적이지만 중국보다 빠르지는 않으며 자주 끊어진다"면서 "북한에서 '광명망'(정부기관의 통제로 운영되는 인터넷 시스템)이 아닌 진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과 극소수의 북한인으로 제한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일반 가정은 현재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한 2~4Mbps급 ADSL 방식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보다 속도가 빠른 전용선은 이용료가 비싼 탓에 PC방을 비롯한 상업용 등 특수한 용도 이외에는 아직 쓰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해부터 광케이블 설치를 통한 최고 20Mbps급 인터넷망을 일반 가정에 보급하는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반면 북한은 일반 주민에게는 인터넷을 전혀 개방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8월 북한 나선특구에 대한 르포 기사에서 "이 도시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며 연결속도는 100Mbps급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료가 등록비 300 유로(원화 약 42만 원), 월 이용료 390 유로(원화 약 54만 원)로 매우 비싸고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추정된다.
지난 7~10일 북한을 방문한 슈미트 회장은 귀국길에 베이징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북한 정부는 국민이 인터넷을 쓰는 것을 허락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계속 뒤처진 상태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