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학교'로 달려가는 40대...왜?

입력 2013-01-10 13:43
수정 2013-01-10 13:52
'학교에 왜 오는가?'라는 질문에 드라마 <학교 2013>의 주인공 고남순(이종석)은 "그냥..." 이라고 쓴다.



시청자들로부터 폭풍 공감을 자아낸 이 장면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비인간적인 체벌이 금지된 21세기의 '학교'는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 빈부 격차, 학교 폭력,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멍에를 짊어졌을 뿐이다. 수능, 내신, 급식, 알바, 일진, 자살이라는 단어가 가득한 이 무대에서 주인공들은 삶의 목적을 잃은 채 그저 멍하니 서있다.







'주인공의 정서는 좋지만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그냥 다니는 소년'의 콘셉트는 성공했다. 반항아이거나 남모래 예술적인 재능을 키우는 학생이 아닌, 꿈도 희망도 없고 남과 소통하는 것도 싫어하는 캐릭터가 TV 속 인기 주인공이 된 것이다. 참교육자의 길을 걷는 정인재(장나라)가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고 수능 위주의 수업을 강요하는 스타 강사 출신 강세찬(최다니엘)이 인정받는 학교에서, 오로지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앉아있는 고남순의 모습은 10대 뿐만 아니라 40대 학부모와 교사,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과다한 강박감은 거의 유행병 수준에 이르렀다"는 영국 웰링턴대 학장 앤서니 셀던의 글은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절망감에 휩싸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 이유 없이 불행하다, 무언가가 빠진 듯 허전하다, 공허하다'라는 말만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스탠포드대학교 교육학 교수이자 인간발달 연구의 3대 석학인 윌리엄 데이먼 교수는 그의 저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서 청소년들의 공허감과 냉소주의는 목적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의 목적은 부모나 선생의 간섭을 통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윌리엄 데이먼 교수는 "학생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그들과 함께 '왜"라는 질문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궁극적인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질문을 건네고 학생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3년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단 하나의 목적을 심어준다. '억울하면 좋은 대학에 가서 상류가 되어라' 라는 차가운 교훈은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길까? 소외된 자는 걸림돌이나 장난감이 되는 사회의 잔혹한 법칙이 꿈과 사랑이 가득할 학교를 점령했다. 서로 공격하거나 서로에게 무관심한 학생들의 모습을 변화시키려면 그들이 스스로 '인생의 목적' 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신과 공동체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야 말로 비로소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사진 = KBS 2TV 드라마 '2013 학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