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구세군 디지털 자선냄비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최근 부가 혜택 축소로 카드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기부금까지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수료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비씨카드 등 대형 카드사는 최근 논의 끝에 디지털 자선냄비의 수수료를 사회 공헌 차원에서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따라 수수료 분쟁으로 중단 논란까지 겪었던 디지털 자선냄비 거리 모금활동은 오는 24일까지 예정대로 진행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할지는 이 사업 초기부터 명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자선냄비 카드 수수료는 받지 않기로 카드사 간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올해 구세군은 디지털 자선냄비의 도입으로 지난해보다 20억원 늘어난 70억원 모금을 예상하고 있다. 원래 카드사들은 디지털 자선냄비 수수료로 1.0~1.5%를 부과하려 했다. 이 경우 기부금 수익 중 2천만~3천만원이 카드사에 수수료 수익으로 들어가게 돼 카드사 내부에서도 기부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는 22일 새로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적용을 앞두고 카드사의 폭리 논쟁이 격화된 상황이라 디지털 자선냄비에 수수료 부과는 누리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자선냄비는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가 지난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세군과 협약해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기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디지털 자선냄비는 전국 300여곳에 설치돼 있으며 호응도 좋은 편이다. 디지털 자선냄비는 기존 구세군 자선냄비의 삼각대 밑에 신용카드 단말기가 달린 형태다. 이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대면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동으로 2천원이 기부된다. 기부자가 원하면 몇 번이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영수증이 필요하면 구세군 홈페이지를 통해 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