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한섬, 시너지는 언제?

입력 2012-12-13 16:05
<앵커> 올해 초 현대백화점그룹은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불경기의 영향으로 한섬이 올 한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현대백화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1월 인수한 한섬.



내내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매출 감소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2%)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는데 매출원가(7%)는 오히려 늘고 판관비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영업이익이 큰폭(-26%)으로 감소했습니다.



한섬이 주력하고 있는 고급 여성복 카테고리는 경기를 많이 타는 품목인데다 최근 수입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셀린느, 지방시와의 수입 계약이 종료되면서 줄어든 매출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지 못한 점도 한 원인입니다.



<브릿지> "현대백화점은 새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비싸게 사들인 한섬이 제값을 못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이 한섬 인수에 지불한 돈은 4천200억원.



매출이 기대만큼 나와주질 않자 업계 안팎에서는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증권업계 관계자(패션업종 애널리스트) (음성변조)



"인수가액이 1주당 3만9천원 선이었는데 현재 한섬 주가가 2만8천원 선이다.



3만9천원이면 한섬 주가 사상 최고점에서 산 것이다."



<인터뷰> 패션업계 관계자 (음성변조)



"2010년도 SK네트웍스가 한섬 인수를 타진할 때 3천억원선에서 얘기가 오갔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있지만 지나치게 비싸게 주고 산 느낌이다."



업계 관행상 인수가액은 인수대상기업의 3년치 영업이익을 토대로 결정됩니다.



한섬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총 2천536억원선. 실제 인수가액 4천200억원과는 1천600억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필요하지만 한섬이 추구하는 브랜드 정책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터뷰> 백화점업계 관계자 (음성 변조)



"(한섬 브랜드들이) 너무 고가격이라서 매출이 많이 줄고 있다.



여성의류 전체적으로 안좋은 상태인데다 특히 타임(한섬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노세일 브랜드라서 세일이나 행사에 참여 안한다."



로드샵이나 입점 매장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한섬을 저가격 유통망인 현대홈쇼핑에 론칭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입니다.



인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한섬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대백화점측이 이를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백화점이 지분을 인수했지만 실제 경영은 창업주인 정재봉 회장이 담당하고 있어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측은 "불경기에 매출이 좋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억측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 2년 내 해외 수입 브랜드를 보강하고 유통망을 추가로 확보해 그룹 내 패션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계약이 종료된) 셀린느, 발렌시아가 이상의 강력한 파워를 가진 미국·유럽 브랜드와 한섬이 현재 긴밀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경제TV 김서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