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1부 - 마켓인사이드
동양증권 조병현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증시나 국내증시의 방향성은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리스크 수준과 경기흐름 모멘텀의 기대감이라는 두 가지 변수의 상대적인 강도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되어 왔다. 리스크 수준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압도하는 구간에서는 지수는 상당히 큰 폭의 조정을 받았고 반대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유럽이나 미국과 관련된 우려를 리스크 수준을 넘어서는 구간에서는 지수는 상당히 빠르게 급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나타나는 모습을 살펴보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면 유로존이 우려를 가지고 있던 여전히 경기성장성 자체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상수로 남아 있다. 그 전망 자체가 변한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안 좋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시장에 기조로 깔려 있다.
대신 미국이 주택경기나 소비경기를 바탕으로 계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의 경우도 상당히 양호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증시는 2000선을 하회하는 부정적이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매크로 측면에서 수출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고 경기에 선행성을 가지고 있는 재고순환지표도 상승 반전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모멘텀 측면은 상당히 양호하다.
리스크 측면을 살펴보자. 그제 그리스와 관련된 구제금융 합의가 도출되면서 유로존에 당면한 리스크 자체가 상당히 완화된 상황이다. 물론 아직 유로존에는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스페인과 관련해서는 ECB의 개입 등의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리스크 수준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상황은 아니다. 적어도 단기적, 중기적으로는 유로존의 리스크는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남아 있는 것은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인데 이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미국경기를 후퇴시키는 것은 공화당에서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수준이 예전 2011년 8월 등의 상황만큼 극단적으로 재차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종합해서 보자면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물밑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는 상태이고 리스크의 수준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지수의 방향성 자체는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개연성이 높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가 발표됐는데 전년 동월 대비 3%가 상승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택가격지수인 미 연방 주택금융청 주택가격지수는 4.4% 상승을 하면서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가계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다. 그리고 나머지 금융자산인 채권, 펀드, 주식에 들어간 돈이 자산의 25%인데 두 개만 합쳐도 벌써 50%를 상회한다. 그런데 채권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버블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익을 낸 상태다. 미국의 주식시장도 2008년 이후에는 거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다. 이런 과정에서 주택가격까지 추세적인 회복세를 보인다면 가계의 부의 효과를 창출해 소비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일으킬 수 있는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본다.
그리고 주택시장 가격이 올라간다는 명제 자체가 주택의 기대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들의 미래에 있을 수요를 현재로 당겨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택가격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시켜줄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경기는 주택과 소비를 바탕으로 계속 긍정적인 흐름을 보여줄 것이다.
중국도 재고순환지표가 상승 반전해 플러스권으로 돌아서고 있다. 재고순환지표란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의 차이를 말한다.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의 차이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출하의 속도,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속도가 재고의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결국 기업체, 생산라인에서의 재고소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경감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생산활동이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향후 중국의 제조업경기 관련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지표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에서 봤을 때 지표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문제는 미국의 재정절벽이다. 미국이 글로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GDP의 20%를 넘는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기관마다 예상치는 다르지만 재정절벽 우려가 현실화됐을 경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반적인 예상치였던 올해가 경기저점이라는 가정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지표상으로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기 전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이연시킬 필요가 있다.
재정절벽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아간다면 코스피 상단을 연말까지는 2000선 정도로 예상한다. 경기민감주에 대한 판단은 최근 나타난 지수와 업종별 움직임을 보면 27일의 경우 재정절벽 관련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 대신 그리스와 관련된 합의가 유로존에 타결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고 그날 상승한 업종은 조선, 기계, 건설, 자동차 같은 경기순환적인 저점에서 강한 탄력을 보이는 업종들, 게다가 가격 메리트까지 가진 업종이 재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날이었다. 그리스 효과가 하루 만에 끝나고 다음 날 재정절벽과 관련된 논의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이슈가 되면서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는데 그 전날 올랐던 업종들을 중심으로 그대로 다시 빠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저가 메리트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날이라면 그런 종목들이 상당히 빠르게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증시 자체가 예상하기 힘든 재정절벽이라는 뉴스에 의해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저가 메리트가 있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섣부른 접근은 논의가 진행되는 당분간은 상당한 노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펀더멘탈에서 상당히 강점을 가지고 있고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IT업종 정도로 국한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스피시장은 코스닥시장과 따로 움직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한동안 코스닥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대외악재들이 경감되고 이어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난다면 그 초기에는 아마 수급적인 관점에서 대형주나 코스피로 몰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코스피의 강세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외 악재가 경감된다는 것은 결국 재정절벽이 해소된다는 것인데 그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중기적인 상승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상승 추세가 형성된다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방향성은 같이 갈 것이다. 초기 국면에서만 차별적인 흐름이 잠시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