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자신감과 언어습득의 효율성

입력 2012-11-26 17:05
수정 2012-11-26 17:09
[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6편. 자신감과 언어습득의 효율성



Why do you want to learn English? 첫 강의 때 마다 저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수강생에게 적합한 강의 준비를 위해 수강 목적, 관심 분야 등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 인데요, 위의 질문은 그 설문 항목 중 첫 번째 질문입니다. 그리고 수강생들과 수강 목적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듣게 되는 얘기가 있습니다. “... because my English is bad.” 놀라운 일입니다. 본인의 수강 목적을 영어로 무리 없이 설명할 수 있는 수강생들이 본인의 영어가 형편 없다고 평가하다니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겸손함의 표현 일까요? 혹은 자신감의 결여일까요?



한 번은 제 강의를 수강한지 한 달쯤 된 어느 수강생으로부터 상담 요청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상담 내용은 제 강의를 듣기 전에 이미 일년 동안 영어수업을 들어왔는데, 영어가 늘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놀라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 수강생은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었고, 또 수업시간의 activity에도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참여를 해왔던 터라 저도 걱정스럽게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비단 그 수강생뿐만 아니라 강의 중에 소극적인 분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 분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강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 향상 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소극적인 수강생들의 경우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잘 들리지 않으니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면 더 주눅이 들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으로써는 진땀이 나는 경우이지만,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본인의 영어가 부족해서 상대가 이해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발음이 이상하기 때문이 상대가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짐작은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화 수업에서의 소극적인 태도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interaction 없이 speaking competence를 얻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많은 수강생들이 본인의 영어는 형편없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일까요? 언어 사용 기술은 크게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아마 수강생들이 스스로 형편없다고 말하는 영어 기술은 말하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단순히 말하기 능력만으로 그 사람의 언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듣기와 읽기를 통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은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뜻인데, 이것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언어 능력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많은 수강생들이 스스로 평가하듯이 본인의 의사를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말하기 능력을 수준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원어민과 같은 발음과 유창성을 가져야만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성인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혹은 TOEIC을 준비하며 영어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만, 그 동안 말하기와 쓰기 훈련이 부족하여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영어로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잘 구사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요. 지난 3편 ‘영어 실수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서도 언급했듯이 학생들이 갖는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들은 학습에 큰 장애가 됩니다. 그리고 영어로 말했을 때 상대가 못 알아듣는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꼭 말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컨디션 난조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길에서 낯선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면 (상대가 모국어로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못 알아 듣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영어를 배우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