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1997년에 IMF 체제 하에 있었다. 구제금융을 어느 정도 잘 극복하고 오늘은 15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경제의 명암을 역사적으로 짚어보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15년째 되었기 때문에 15주년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주년이라는 표현은 마치 기념하는 것 같다. 이것은 되새길 필요는 없는 것이나 최근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다 보니 이때의 교훈을 되살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이 문제가 언론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당시 1997년에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2000원 이상 올라가면서 여러 정책 당국에서 외환위기는 없다, 펀더멘탈이 좋다고 했다. 유명한 펀더멘탈론을 기억할 것이다. 특정 산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펀더멘탈, 마지막 외환위기에 몰리는데 펀더멘탈이 괜찮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항상 외환위기를 뒤집어볼 때 당시의 정책 당국에서 펀더멘탈론은 항상 거론된다. 사실상 외환위기를 맞았다. 15년 전 오늘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12월 3일 임창렬 당시 장관과 함께 서명을 해 한국이 IMF 체제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우리 경제규모나 수출규모로 보면 세계에서 10위 정도 됐기 때문에 경제규모가 큰 국가가 외환위기를 당했으면 10년 이상 외환위기 극복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지만 오히려 빨리 극복했다.
당시 정책 당국자가 잘해서라기 보다 우리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보여줬던 신뢰 때문에 한국의 외채가 안 돌아갔던 것이 다시 돌아가면서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그리스 등이 유럽위기를 맞고 있지만 3년이 되도록 극복되지 않는 것에는 마지막으로 믿어야 될 국민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우리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 금 사재기 운동을 하다 보니 신뢰가 떨어져 더 이상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 상태다. 그런 노력에 의해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극복이 가장 빨리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최근에 보면 한국경제의 앞날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15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앵커 > 당시 IMF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세에 대해 외신들은 충격적인 신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IMF를 벗어나기 위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세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과정은 좋았지만 앞으로를 쳐다볼 때 예측기관들은 좋지 않게 우리나라의 앞날을 본다는데.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외환위기 극복은 잘 되었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 잘 된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칭찬할 일이지만 향후 앞으로의 한국경제 모습을 보면 극복에 대한 승리감에 도취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우리경제 올해 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 하면 대부분 6~8%를 생각하지만 2% 중반으로 떨어진 것이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당시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성장률은 6~7%였다. 올해 성장률은 2% 중반이다. 3분의 1토막 난 것이 지금의 한국경제 모습이다.
내년은 3%대 초반이다. 한국경제의 잠재수준도 당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수준이 약 6~7%였는데 지금은 3% 후반이다. 우리의 기초체력도 그만큼 약화됐다. 실제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GDP갭을 보면 디플레 갭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디플레 갭이 발생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실제 성장률이 오히려 잠재성장률을 밑돈다. 잠재성장률 수준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반토막이 났는데 실제 성장률은 반토막이 난 잠재성장률 밑에 있어 디플레 갭이 발생하는 모습이 최근 한국경제이고 예측기관이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앞날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성장의 덫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성장의 덫이라는 용어를 알 필요가 있다. 제라미 시겔이 쓴 책에서 나온 말이다. 경제개발 이론자들을 보면 일정한 경제발전 단계에서 성장이 멈추거나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중진국 함정이라고 표현한다. 바로 그 의미가 최근 많이 거론되는 성장의 덫이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잘 됐지만 최근 시점에서 예측기관들이 잠재력도 떨어지고 성장률도 떨어지며 향후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해 불투명하다 보니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성장의 덫에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극복하는 15년 과정에서 성장의 덫이라는 표현을 한국경제에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위기 발생 15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모습에 대해 정책 당국자나 경제 주체들이 한국경제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앵커 > 왜 우리 경제의 앞날이 이렇게 어둡게 전망되고 있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15년 전 외환위기 발생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자. 당시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것은 태국의 위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아시아 주변국가로 전염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해 상당히 어둡게 보는 것은 유럽위기에 기인한다. 성격은 다르지만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대외환경을 상당히 안 좋게 하는 것이 유사하다. 당시 우리는 기업부채가 많았다. 기업부채가 외채로 잡히고 한국의 기업들의 신용도가 높지 않다 보니 대부분 단기 외채였다. 은행들의 무분별한 단기외채가 많다 보니 외채 규모가 상당히 어둡고 외환보유고가 적다 보니 외화 운용, 유동성의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해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기업들의 부채는 많이 줄었지만 가계부채는 또 다른 성격으로 당시만큼 늘어난 상태다. 상당히 불균형이 심한 상태다. 또 당시 정부에서 OECD에 가입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의 가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비풍조가 확산되는 상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금은 성격이 다르지만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다 보니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잠재성장률이란 앞으로 우리경제가 어떻게 가야 될 것인지 정하는 가장 기초체력에 해당되는데 그것이 약화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경제의 앞날이 15년 전에 비해 썩 밝지 않다.
외환위기에 대해 세 가지 각도에서 점검해야 완전히 극복됐는지를 알 수 있다. 모든 위기는 외화가 부족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이것을 갚지 못하다 보니 우리 경제 시스템의 목을 죄며 IMF 체제 들어오면서 긴축을 하고 시스템이 흐트러지는 시스템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그 위에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극복도 그러한 순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외화유동성 문제는 극복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접 외환보유고가 3250억 달러에 해당되고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통화스왑 협상을 통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나 IMF 쿼터 등에 의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100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외화유동성은 끝났다. 그러면 나머지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거나 실물경제를 회복하는 문제는 부분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고 실제 될 수도 있다. 상시 극복과제다. 시스템이 당시에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변했다. 거기에 뒤떨어지면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외환위기를 한번 극복한 국가는 그 후에 낙인효과에 시달리기 때문에 위기는 상시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정부 관료를 중심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며 본인들이 공치사를 하지만 정작 국제사회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치르고 있는 국가라고 이야기한다. 특정 국가에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가 끝났다고 평가를 할 수 없다. 상시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외환위기에서 3년 주기설, 10년 후에는 다시 발생한다는 10년 주기설이 나온다. 외환위기 극복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앵커 > 앞으로 어떤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우리경제 앞날은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국경제의 앞날이 밝게 될 것인가. 15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밝게 전망될지 판단하려면 역시 대외변수가 중요하다. 그동안 많이 대외 불안요인을 언급해왔다. 재정절벽 문제, 유럽위기의 지속 문제, 내년 일본의 위기설, 중국의 경착륙이나 브릭스의 경착륙 문제 등이다. 앞으로 한국경제를 억압할 수 있는 대외변수가 많다.
앵커 > 외환위기발생 15년째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 잘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의 자세가 필요한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대외환경을 완충시킬 수 있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화유동성은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경제구조가 탄력성이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불균형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상당히 심하다. 이 가계부채는 지금은 우리 국민들에 의해 굉장히 좌우하는데 대선 후보들이 나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가장 중시한다.
또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외환위기 발생 15년이 되는 시점에서 한국경제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 성장 잠재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설비투자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되지 않는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지금 시점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떠들 수 있다. 왜냐하면 경제민주화란 미래 기업들에 대해 기업가 정신을 상당히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차기의 한국경제를 맡는 대선후보들이 외환위기 15년이 되어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해 무엇이 어둡게 보이는지 해외시각을 점검해 면밀하게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당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선 후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또 경제주체들이 지금 상태에서는 한국경제 문제에서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 지금은 정책 당국자뿐만 아니라 대선후보, 우리 국민들도 한국경제를 같이 이끌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