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IMF 외환위기는 재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무리한 차입으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던 기업들은 사라지고,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만 살아남았습니다.
한창율 기자입니다.
<기자>
1997년 1월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의 부도.
뒤이어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가져왔던 재계 서열 8위 기아차 부도.
15년 전 대한민국 경제의 서글픈 자화상이었습니다.
무리한 차입으로 사업 다각화,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열을 올렸던 대기업들.
규모만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는 외환위기를 거친 후 상당히 희석됐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국내 대기업들은 어떤 모습일까.
대기업들은 당시의 아픔을 교훈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먼저 기업의 몸에 맞지 않은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기업간 산업간 빅딜을 단행하며 주력 사업 위주로 재편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각자의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위치한 기업들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대기업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호황 속에서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유동성 위기 상황에 항상 대비하고 있습니다.
97년 10대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400%에 달했지만, 지금의 10대그룹은 평균 200% 미만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IMF가 당시에 제시했던 부채비율 2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경제력이 대기업에만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은 부작용으로 남았습니다.
우리 경제에서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산업매출 비중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40% 수준을 유지하며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의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IMF 구제금융은 정부나 기업들에게 큰 아픔을 줬습니다.
하지만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이겨낸 힘은오늘 날 우리 경제를 어느 정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또 다시 글로벌 경제 위기의 혼란 속을 지나고 있는 지금, 지난 날의 기억들을 교훈 삼아 새로운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삼아야겠습니다.
한국경제TV 한창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