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누명 ‘제5의 맛’ MSG의 정체는?

입력 2012-11-19 10:16
수정 2012-11-19 10:16












‘MSG 탓’ 뒤에 숨겨진 감칠맛의 비밀











미국 FDA “인체 위해 증거 없다”에도 잘못된 정보에 ‘맛 선택권’ 차단(사진=SBS ‘감칠맛의 비밀’ 캡처) - 글루탐산이 들어있는 자연 재료 및 인도네시아 사탕수수밭과 미생물 배양 공정-







얼마 전 한 식품 고발 방송프로그램에서 MSG(L-글루탐산나트륨)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방송에서는 전통 비법의 육수를 사용한다는 음식점들이 냉면, 감자탕, 새우젓 등에 인공조미료가 범벅된 정체불명의 가루를 사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맛집 대부분이 MSG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화학조미료를 안 쓰는 곳이 더 많다” “MSG 자체가 인체에 해로운 게 아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식품전문가들은 “천연재료는 반드시 몸에 좋고, 인공 조미료라 해롭다는 식의 이분법적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음식에 사용되는 MSG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SG의 사전적 의미는 식품 제조 및 가공 시 맛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향미증진제이다. 콩, 다시마, 토마토 등 자연식품에 많이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 구성 아미노산인 ‘글루탐산’ 생산능력을 가진 미생물을 자연적인 발효법으로 얻어내는 발효식품이 바로 MSG다.



단백질에 결합된 글루탐산은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요리나 발효에 의해 단백질이 분해될 때에야 비로소 혀로 맛볼 수 있는 아미노산이 된다. 이러한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을 얻기 위해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 간장이나 된장으로 만들어 사용해왔다.



이러한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내는 주 성분으로 꼽힌다.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천연 재료인 다시마에서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이은 ‘제 5의 맛’으로 인정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MSG의 주원료는 아직 정제하지 않은 설탕(원당) 또는 당밀에 영양액을 혼합하고,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투입한 뒤 40여 시간 동안 발효시키면 영양액을 먹은 미생물은 글루탐산을 배출하게 되는데 여기에 나트륨을 붙이면 우리가 알고 있는 MSG가 된다. 이런 과정 때문에 발효조미료라 불리기도 하며, 일본에서는 MSG를 ‘아미노산 조미료’라고 표시한다.



겐조구리하라 아오모리대학 명예교수는 “발효시켜 만든 인공 MSG와 천연 MSG는 완전히 똑같아 건강에는 전혀 해가 없다”며 “아직 일본에서도 일부 식당에서 화학조미료에 대한 오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감칠맛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유제품, 육류, 어류, 채소류 등 자연식품에도 많게는 12,000ppm까지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 MSG의 안전성에 관해 유엔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87년 230개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다음, MSG가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이미 설정했던 ADI(섭취 허용 한계량)를 철폐하였고,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글루타메이트기술위원회(IGTC) 회장을 맡고 있는 앤드류 에버트 박사는 2010년 6월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품 성분별 상대적 독성실험 결과, 소금이 오히려 MSG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소금의 경우 쥐의 몸무게를 기준으로 kg당 3.0g을 경구투여 했을 때 전체 쥐들 중 반수가 독성을 나타낸 데 비해 MSG는 kg당 19.9g을 먹였을 때 같은 반응을 나타냈으며, 이에 더해 MSG는 비타민12와 비타민C보다 독성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MSG는 설탕 등 감미료를 줄이는데도 일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미료는 10퍼센트 이상을 첨가해야 달콤해지지만 MSG는 0.5퍼센트로도 충분하기 때문. 이러한 점들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에서는 2010년 3월 MSG는 안전하다고 공표를 하였고, 2010년 5월에는 식품에도 MSG 무첨가를 표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 시킬 수는 없지만, 일부 비전문가에 의한 선정적인 보도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MSG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지함으로써 정당한 ‘맛의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돌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